가치평가 · Valuation 01

가치평가란 — 기업의 가격을 매기는 법

가치평가는 좋은 회사와 좋은 가격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작업입니다. 두 갈래 접근 — 상대평가(PER·PBR·EV/EBITDA — 비슷한 회사들과 비교) 와 절대평가(DCF — 미래 현금흐름 할인) — 가 표준이고, 두 방법을 같이 두면 같은 회사를 두 거울로 비추는 셈이라 가격 판단이 또렷해집니다.

기초 · 8분 읽기 · 가치평가 카테고리 01

1. 좋은 회사 ≠ 좋은 투자 — 가격이 끼어들면 답이 갈린다

워런 버핏이 자주 인용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 같은 회사를 두고도 1만원에 사면 좋은 투자, 5만원에 사면 손해 보는 투자가 됩니다. 펀더멘털이 아무리 견고해도 비싼 가격에 사면 향후 몇 년의 수익률이 평범하거나 마이너스로 끝나는 일이 흔한데, 이 간격을 메우려는 작업이 바로 가치평가입니다.

그런데 회사의 가격은 어디에 적혀 있을까요. 직관적으로는 주식 한 주의 가격 같지만, 실제로 한 회사 전체를 사려면 발행된 주식 모두를 사야 하니 진짜 가격표는 시가총액입니다. 여기에 회사가 짊어진 부채까지 더하고 보유 현금을 빼면 인수자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 즉 기업가치(EV)가 나옵니다. 가치평가는 이 시가총액 또는 기업가치가 회사가 만드는 가치에 비해 비싼지 싼지를 따지는 일입니다.

가격표는 어디에 — 시가총액과 기업가치 시총은 주주 몫, EV는 인수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 시가총액 = 주가 × 발행주식수 "주식 다 사려면 얼마" + 순부채 (부채 - 현금) = EV 기업가치 시총만 보면 부채 적은 회사가 비싸 보이고, 부채 많은 회사가 싸 보입니다. EV 는 그 함정을 메워 "회사를 통째로 사는 진짜 가격"을 보여줍니다.
그림 1. 가치평가의 출발점은 가격표의 정의. 주주 입장에선 시총, 인수자 입장에선 EV.

2. 두 갈래의 접근 — 비교로 풀거나, 미래를 끌어오거나

가격표가 정해졌으면 그 가격이 적정한지 따져야 하는데, 실무에서 쓰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하나는 "비슷한 회사 평균보다 비싼가 싼가"를 따지는 상대가치 평가고, 다른 하나는 "이 회사가 앞으로 만들어낼 모든 현금을 지금 시점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인가"를 계산하는 본질가치(절대가치) 평가입니다. 두 접근은 답하는 질문이 다릅니다 — 상대가치는 "지금 시장에서 비싼가", 본질가치는 "본래 얼마짜리인가".

상대가치는 빠르고 직관적이라 뉴스·증권사 리포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PER·PBR·PSR·EV/EBITDA 같은 비율이 모두 이 갈래에 속합니다. 회사를 일정 기준으로 나눈 "몇 배"로 표현해 동종 업계와 한 줄에 세워놓고 비교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본질가치 쪽은 미래의 현금흐름을 일일이 추정하고 그것을 적정 할인율로 현재가치 환산해 합산하는 DCF 모델이 대표격이고, 가정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정성스럽게 다루지만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상대가치 vs 본질가치 — 가치평가의 두 갈래 묻는 질문이 다르고, 쓰이는 도구가 다르다 ① 상대가치 (Relative) "동종업계 대비 비싼가" PER · PBR · PSR · EV/EBITDA 기준 = 이익·자본·매출·EBITDA 빠르고 직관적 시장 합의 안에서의 위치 ② 본질가치 (Intrinsic) "본래 얼마짜리인가" DCF · DDM · 잔여이익 기준 =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정밀하지만 가정 의존 시장 합의와 무관한 절대값
그림 2. 상대가치는 "줄 세우기", 본질가치는 "값 매기기". 둘은 서로를 보완한다.

둘 중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잘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시장 전체가 비싸진 시기엔 상대가치는 모두 평균에 가깝지만 본질가치 기준으로는 다 비싸 보일 수 있고, 반대로 패닉 장세에선 본질가치는 견고해도 멀티플이 일제히 무너지면서 상대가치 기준으로 모두 싸 보이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진지한 분석가일수록 두 접근을 같이 쓰고, 차이가 크면 그 차이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따로 검토합니다.

3. 멀티플은 왜 종류가 많은가 — 분모를 무엇으로 두느냐

상대가치 안에서도 멀티플의 종류가 많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 분모를 무엇으로 두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분모가 순이익이면 PER, 자본(순자산)이면 PBR, 매출이면 PSR, EBITDA 면 EV/EBITDA 입니다. 어떤 회사는 적자라 PER 이 의미 없고, 어떤 회사는 자산보다 무형 가치가 훨씬 커서 PBR 이 무의미합니다. 도구마다 잘 맞는 회사가 있다는 뜻이고, 입문자 입장에선 "한 가지 멀티플로 모든 회사를 평가하지 않는다"가 첫 번째 교훈입니다.

멀티플 — 분모만 바꾸면 다른 질문이 된다 "가격을 무엇으로 나누는가"가 멀티플의 정체 PER 주가 ÷ EPS 한 해 이익의 몇 배인가 흑자 회사 이익 안정 산업 PBR 주가 ÷ 주당순자산 청산가치의 몇 배인가 은행·보험· 자산집약 산업 PSR 주가 ÷ 주당매출 매출의 몇 배인가 적자 성장기업 SaaS · 바이오 EV/EBITDA EV ÷ EBITDA 감가·세금· 이자 전 이익 배수 자본집약 산업 통신·M&A 비교
그림 3. 멀티플은 "회사 가격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느냐"의 차이. 산업과 회사 성격에 따라 어울리는 도구가 달라진다.

여기서 한 가지 자주 헷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 "PER 이 낮으면 무조건 싸고, 높으면 무조건 비싸다"는 단순화는 거의 항상 틀립니다. 같은 PER 20배라도 매출이 매년 30%씩 늘어나는 회사라면 싼 편이고, 매출이 정체된 회사라면 비싼 편입니다. 이 때문에 PER 을 성장률로 한 번 더 나눈 PEG 비율이 등장한 것이고, 결국 멀티플은 단독으로 답을 주지 않고 맥락(성장률·산업·자본구조)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가치평가의 진짜 시작입니다.

4. 입문자가 가치평가를 처음 적용할 때

첫 단계에서 무리하게 DCF 모델을 직접 짜기보다는, 관심 있는 회사의 PER·PBR·EV/EBITDA 를 동종 업계 5~6개 회사와 한 표에 세워놓고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같은 산업 안에서 한 회사만 멀티플이 두드러지게 높거나 낮으면 그 이유를 찾아보는 식입니다. 이익률이 더 높아서인지(앞 글에서 다룬 수익성이 차별화 요인일 수 있죠), 성장률이 더 높아서인지, 아니면 시장이 일시적으로 과열·과냉각된 것인지 — 이 질문 하나만 따라가도 가치평가의 큰 틀이 잡힙니다.

그 다음으로 보는 것이 시간 차원입니다. 같은 회사의 PER 이 5년 평균과 비교해 어디 있는지를 보면 시장이 이 회사를 평소보다 더 좋게 보는지 박하게 보는지가 드러납니다. 차트의 추세가 가격의 흐름을 보여준다면, 멀티플의 5년 추이는 "시장이 회사를 보는 시선의 추세"를 보여줍니다 — 둘이 같이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자주 흥미로운 진입 기회입니다. 본질가치 평가는 멀티플 비교에 익숙해진 다음, 한 회사를 깊게 분석할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됩니다. 이 카테고리에서 PER·PBR·PSR·EV/EBITDA 를 한 편씩 풀어보고, 해석 단계에서 듀퐁 분해와 Gordon Growth, 심화에서 DCF·WACC 까지 따라가는 흐름이 그래서 자연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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