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본류 · Schloss 01

월터 슐로스 — 그레이엄 직계 47년, 단순한 룰의 복리

그레이엄이 1956년 자기 회사를 닫을 때, 그레이엄-뉴먼에서 9년을 일한 한 분석가가 작은 방 한 칸을 빌려 자기 펀드를 시작합니다. 직원은 본인 한 명, 책상은 두 개, 시세는 도서관에서 베껴 옵니다. 이 사람이 47년 뒤 펀드를 닫을 때 기록은 — 연 16% 복리, 같은 기간 S&P 500 약 10% — 그레이엄 룰을 가장 오래, 가장 단순하게 지킨 사람의 명세서였습니다.

기초 · 9분 읽기 · 가치투자 본류 카테고리 13

1. 1955년 — 그레이엄이 문 닫던 해의 시작

월터 슐로스(Walter Schloss, 1916-2012)는 1934년 고등학교를 마치고 월스트리트의 작은 사무실 러너로 들어간 사람이었어요. 정식 학력은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이 아니라, 뉴욕 증권거래소 부설 야간 강좌(New York Institute of Finance)에서 들은 벤저민 그레이엄 강의 두 학기였습니다. 1946년 그레이엄-뉴먼(Graham-Newman Corp.) 으로 자리를 옮겨 9년을 분석가로 일했고, 그동안 같은 사무실에 잠깐 들어왔던 동료가 1954-1956년의 워런 버핏이었어요.

그레이엄이 1956년 펀드를 닫고 캘리포니아로 은퇴를 결정하자 슐로스는 자기 펀드를 차립니다. 1955년 12월 자본금 약 10만 달러, 19명의 친지 출자, 사무실은 트위디 브라운(Tweedy, Browne) 회사가 빌려준 작은 방 한 칸. 1973년 아들 에드윈이 합류한 뒤 이름이 "Walter & Edwin Schloss Associates" 로 바뀌지만 직원은 끝까지 두 명을 넘지 않습니다. 펀드 청산 시점은 2002년 — 시작에서 47년 뒤였고, 슐로스 본인은 2012년 96세로 세상을 떠납니다.

1955-2002 슐로스 펀드 47년 타임라인 월터 슐로스 — 47년 한 펀드, 직원 두 명, 사무실 한 칸 출처: Buffett (1984) Superinvestors of Graham-and-Doddsville · Hedge Fund Alpha Schloss Archive 1946 Graham-Newman 합류 1955-12 자기 펀드 설립 자본 10만 달러·19명 1973 아들 에드윈 합류 2명 운영 체제 1984-05-17 Buffett Superinvestors 에세이 9인 중 한 명 2002 펀드 청산 47년 운용 종료 2012 96세 사망 그레이엄-뉴먼 9년 → 자기 펀드 47년 → 한 학파의 가장 긴 기록 단일 운용자 기준 — 버핏(BRK 1965-) 보다 시작은 10년 앞섬
슐로스의 47년은 단일 운용자가 한 펀드로 한 세대를 견딘 기록입니다. 자료실에서 시세를 베껴오던 시절부터 인터넷 트레이딩 시대까지 같은 룰로 운영했어요.

2. 16% 복리 47년 — 그리고 1956-1984의 21.3%

슐로스가 47년간 만든 숫자는 두 줄로 줄여 적힙니다. 1955년 12월부터 2002년 펀드 청산까지 운용 기간 평균 연 약 16%(수수료 차감 후), 같은 기간 S&P 500 약 10%. 그 안에서 가장 화려한 구간이 1956-1984년 28년인데, 1984년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 강연에서 워런 버핏이 직접 공개한 숫자가 파트너십 기준 연 21.3% 복리, 유한책임 출자자 기준 연 16.1% 였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 평균 연 8.4% 였으니 두 배가 넘는 초과 수익이었어요.

이 기록이 학문적으로 무겁게 다뤄지는 이유는 같은 자리에서 만들어진 다른 8명과 묶이기 때문입니다. 1984년 5월 17일 버핏은 컬럼비아에서 "Security Analysis" 출간 50주년 강연을 하면서 그레이엄-뉴먼 출신·그레이엄 직강 학생 9명의 운용 기록을 한 표로 펼쳐 놓아요. 9명 모두 같은 시기 S&P 500 약 10%를 1.5-2.5배 초과한 기록을 갖고 있었고, 슐로스는 그 9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 버핏의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 "효율적 시장이라면 9명이 같은 마을 출신일 확률은 0에 가깝다"는 것. 가치투자 학파가 우연이 아니라 방법이라는 사실을 통계가 아니라 인물 명단으로 입증한 자리였어요.

1956-1984 슐로스 파트너십 vs S&P 500 복리 $1 → 28년 후 — 슐로스 vs S&P 500 출처: Buffett (1984) Superinvestors of Graham-and-Doddsville Table 1 $252 슐로스 파트너십 연 21.3% 복리 $45 슐로스 LP 기준 연 16.1% 복리 $10 S&P 500 연 8.4% 복리 $1 출발 가정 · 1956-12 ~ 1984-09 · 28년 9개월
같은 28년에 1달러가 S&P 500 에서 10달러가 될 때 슐로스 파트너십에서는 252달러가 됐습니다. 운용 보수와 인센티브 차감 전 기준이라 LP 실수령은 45달러. 그래도 시장의 4배가 넘는 자리였어요.

3. 16 Rules — 그레이엄 룰을 한 페이지로 줄인 도구

슐로스는 자기 방법을 책으로 쓴 적이 없습니다. 대신 1990년대 후반 인터뷰와 강연에서 16개의 짧은 규칙으로 정리했고, 이 목록이 "Schloss 16 Rules" 라는 이름으로 가치투자 진영에서 표준 도구처럼 돌아다녀요. 첫 세 줄에 모든 게 들어 있습니다 — 가치 대비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 가치를 따로 추정해 두라(주식은 사업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하라), 출발점은 장부가로 하되 부채가 자본을 넘지 않게 하라. 그레이엄의 안전마진 룰을 47년의 실전 운용으로 압축한 결과였고, 한국어로 옮기면 "싸게 사고, 빚 많은 회사는 거르고, 추정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 세 줄로 줄어듭니다.

나머지 규칙은 사람 마음을 다루는 데 더 가깝습니다. 인내(주식은 바로 오르지 않는다), 팁이나 단기 흐름으로 사고 팔지 말 것, 나쁜 뉴스에 팔지 말 것, 분할 매수·분할 매도, 50% 오르면 다시 평가하되 서둘러 팔지 말 것, 감정에 휘둘리지 말 것 — 14번째 규칙은 아예 "기억하라, 돈은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다" 한 문장입니다. 그레이엄이 1949년 The Intelligent Investor 에 적어 둔 미스터 마켓 비유가 슐로스의 사무실에서는 매일의 운용 메모로 옮겨진 셈이에요. 슐로스가 평생 보유한 종목 수가 평균 60-100개 사이였다는 점도 룰의 일부였습니다 — 분산으로 한 종목 잘못 보더라도 펀드 전체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였어요.

4. 고정 보수 0 — 신탁 의식이 만든 47년

슐로스 펀드의 보수 구조는 가치 진영에서도 드문 형태였습니다. 운용 자산에 매기는 고정 수수료(management fee) 가 0이었고, 이익이 났을 때만 그 25% 를 가져갔어요. 손실 구간에서는 보수가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 구조라, 슐로스 본인 가족 생계가 펀드 성과에 그대로 묶이는 설계였습니다. 펀드를 작게 유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고 — 운용액이 너무 커지면 슐로스 룰(작은 회사 net-net)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산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신규 자금을 막고 기존 출자자들에게 분배금을 돌려 보낸 적이 여러 번입니다.

이런 보수 구조는 운용자가 출자자와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가장 단순한 장치였어요. 1990-2000년대 헤지펀드 표준이었던 "2 and 20" (관리 보수 2% + 성과 보수 20%) 와 비교하면, 슐로스는 관리 보수 자리에 0 을 적어두고 성과 보수만 25%로 약간 올린 셈입니다. 자산을 키워서 관리 보수를 늘리는 동기가 처음부터 차단되니, 슐로스는 펀드 크기 대신 종목의 질에만 신경 쓸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신탁 의식이 47년이라는 운용 기간 자체를 가능하게 한 핵심 인프라였다는 게 후세의 평가예요. 같은 가치 진영에서 그레이엄의 헌법이 어떻게 출발했는지는 머니스쿱의 벤저민 그레이엄 — 안전마진의 탄생과 가치투자의 헌법이, 버핏이 그레이엄 룰을 어떻게 변형했는지는 워런 버핏 — 경제적 해자와 시즈 캔디스의 1972년이 한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5. 슐로스가 남긴 것 — 그레이엄 룰만으로도 충분했다

슐로스의 47년은 후세 가치 진영에 한 가지 무거운 질문을 남깁니다. 그레이엄 룰을 더 정교하게 변형하지 않고도, 해자 같은 추가 개념을 얹지 않고도, 1934년 "Security Analysis" 의 첫 룰만 우직하게 지키면 충분히 시장을 이길 수 있는가. 슐로스의 답은 명세서로 적힙니다 — 47년 연 16%, 그레이엄식 net-net 룰만으로도 한 세대를 견뎠다는 것. 이는 버핏-멍거가 1972년 시즈 캔디 이후 옮겨 간 "괜찮은 회사를 적당히 깎아서" 노선과 정반대 결론에 가까워요. 가치 진영 안에 두 갈래가 같은 시기에 같은 시장을 다른 방식으로 이긴 사실 자체가, 가치투자라는 학파가 한 가지 룰이 아니라 여러 변형을 허용하는 넓은 우산이라는 증거가 됩니다.

입문자 입장에서 슐로스가 주는 한 줄 교훈은 단순합니다. 복잡한 도구가 없어도 — 사실 슐로스는 평생 컴퓨터 모델을 쓰지 않았고, Value Line 잡지 한 권과 회사 연차보고서가 도구의 거의 전부였어요 — 가격이 가치 대비 충분히 깎여 있고, 부채가 너무 많지 않고, 분산이 충분하고, 인내할 수 있다면, 47년이라는 시간이 나머지 일을 해 준다는 것입니다. 가치와 성장 두 노선이 가치 진영 안에서 어떻게 갈라지는지를 더 길게 보고 싶다면 머니스쿱의 가치 vs 성장 — 두 투자 철학의 본질 차이가 같은 이야기를 도구 단위로 풀어 두었습니다.

6. 출처

  • Warren Buffett (1984) · "The Superinvestors of Graham-and-Doddsville" · Hermes (Columbia Business School magazine) · 1984-05-17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 Security Analysis 50주년 강연
  • Walter Schloss (1973-2002) · 연차 출자자 서한(Annual Partner Letters) · Walter Schloss Archive · walterschloss.com
  • Walter Schloss (1989) · "Why We Invest the Way We Do" · Barron's 인터뷰 / Hedge Fund Alpha Schloss Resource Page 재수록
  • Mohammad Siddiquee (2022) · "Walter J. Schloss: The Superinvestor of Graham-and-Doddsville" · SSRN Working Paper 4205950
  • Ronald Chan (2012) · "The Value Investors: Lessons from the World's Top Fund Managers" · Wiley · Chapter 1 "Free to Choose in Value Land"
  • Janet Lowe (1994) · "Benjamin Graham on Value Investing" · Dearborn (그레이엄-뉴먼 1946-1956 인사 기록 포함)
  • Ben Graham Centre for Value Investing · "Walter J. Schloss Interview Notes" · Ivey Business School Western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