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합의가 필요한 이유 — 누가 장부를 적나
블록체인은 은행 같은 중앙 관리자 없이, 전 세계에 흩어진 노드들이 똑같은 장부를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관리자가 없으면 곤란한 문제가 하나 생겨요. 거래를 모아 ‘다음 페이지(블록)’를 적을 권한을 누구에게 줄지, 그리고 누군가 거짓 거래를 끼워 넣으면 어떻게 막을지를 정해야 하거든요. 이걸 공정하게 풀어 주는 규칙이 합의 알고리즘입니다.
핵심 발상은 ‘장부를 적으려면 비용을 치러야 하고, 정직하게 적는 게 이득이 되게 만든다’예요. 거짓을 적으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규칙대로 적으면 보상을 받게 설계하면, 굳이 중앙 관리자가 없어도 다수가 정직한 장부에 모이게 됩니다. 이 ‘비용과 보상’을 무엇으로 매기느냐에서 작업증명과 지분증명이 갈려요.
2. 작업증명(PoW) — 연산으로 증명한다
비트코인이 쓰는 작업증명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누가 먼저 푸느냐’로 장부 적을 사람을 정합니다. 전 세계 채굴자들이 막대한 연산력을 쏟아 경쟁하고, 가장 먼저 정답을 찾은 사람이 블록을 기록하며 새 코인과 수수료를 보상으로 받아요. 거짓 장부를 강요하려면 나머지 전체를 능가하는 연산력(51%)이 필요한데, 그 비용이 천문학적이라 사실상 정직한 게 이득이 됩니다.
대신 약점이 분명해요. 경쟁에서 진 채굴자들의 연산은 그대로 버려지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전기가 소모됩니다. 비트코인이 ‘환경 부담’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 있죠. 안전성은 검증됐지만, 그 안전을 전기로 사는 셈이에요.
3. 지분증명(PoS)과 둘의 차이
이더리움이 2022년 9월 The Merge로 갈아탄(ethereum.org) 지분증명은 발상을 바꿉니다. 연산 경쟁 대신, 코인을 일정량 예치(스테이킹)한 사람 중에서 장부 적을 사람을 확률적으로 뽑아요. 거짓을 적으면 맡긴 코인을 깎이니(슬래싱), ‘내 돈을 걸었기 때문에 정직해진다’는 구조죠. 연산 경쟁이 없어 전기 소모가 PoW의 수백분의 일로 줄어드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둘 다 ‘비용을 걸어 정직을 유도한다’는 뿌리는 같지만, 그 비용이 PoW는 전기·연산, PoS는 예치 지분이라는 점이 달라요. 합의 방식의 차이는 코인의 성격과 가치 논쟁으로도 이어지는데, 비트코인을 금에 빗대는 관점은 크립토 vs 금 비교에서 함께 짚어 두면 ‘왜 비트코인은 굳이 전기 많이 드는 PoW를 고수하나’가 이해됩니다.
마무리 — 합의 알고리즘을 한 줄로
합의 알고리즘은 중앙 관리자 없이 분산된 노드들이 ‘맞는 장부’에 모이도록 만드는 규칙이고, 작업증명은 전기·연산을, 지분증명은 예치 지분을 정직의 담보로 겁니다. 비트코인은 PoW, 이더리움은 PoS예요.
그래서 어떤 합의를 쓰느냐는 단순한 기술 선택이 아니라 그 코인의 보안·에너지·정체성을 규정하는 뿌리입니다. 블록체인을 볼 때 ‘이건 무엇으로 합의하나’를 먼저 물으면, 그 코인이 무엇을 중시하는지가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