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i · DEFI 01

DeFi란 — 은행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가 굴리는 탈중앙 금융

DeFi 는 Decentralized Finance 의 줄임말로, 은행·증권사·청산소 같은 중개기관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 가 직접 처리하는 금융을 말합니다. 이더리움 같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블록체인 위에서 「코드가 곧 은행」 으로 작동해요. 거래(DEX)·대출·예금·스테이블코인·파생상품까지 전통 금융이 하던 거의 모든 일이 사람이 끼지 않은 채 24시간 자동으로 굴러갑니다. 2017년 MakerDAO 의 첫 탈중앙 스테이블 DAI 에서 시작해 2020년 「DeFi Summer」 를 거쳐 2021년 11월에는 묶여 있는 자산 총액(TVL)이 약 1,800억 달러까지 부풀었던, 가장 빠르고 가장 위험한 금융 실험입니다.

기초 · 7분 읽기 · DeFi 카테고리 01

1. 한 줄 핵심 — 「은행이 하던 일을 코드가 한다」

DeFi 를 가장 짧게 말하면 「은행·증권사·청산소가 하던 일을 스마트 컨트랙트가 대신 처리하는 금융」 입니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고 싶을 때 은행 창구에 가서 소득 증명을 내고 심사를 기다리는 대신, 사용자가 직접 코드로 짠 대출 풀에 담보를 맡기면 곧바로 자산이 빌려집니다. 거래소 회원가입과 본인인증을 거치는 대신, 지갑만 연결하면 누구라도 토큰을 바꿉니다. 모든 규칙이 코드에 박혀 있어서,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누구를 따로 신뢰할 필요도 없어요. 이 「허락 없는 금융(permissionless finance)」 이라는 성격이 DeFi 의 가장 큰 매력이자 가장 큰 약점입니다.

그래서 DeFi 는 블록체인 위에 올라가야만 작동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코드를 올릴 수 있는 블록체인」 이 필요해요. 비트코인 의 스크립트만으로는 복잡한 금융 로직을 다 담을 수 없어서, 거의 모든 DeFi 프로토콜이 이더리움이나 그와 호환되는 EVM 체인(BSC·Polygon·Arbitrum 등) 위에서 굴러갑니다. 결국 DeFi 의 본질은 「블록체인이라는 공용 컴퓨터 위에 만든 은행·거래소·대출 창구」 라는 정의로 정리할 수 있어요.

전통 금융 vs DeFi — 운영주체·접근성·자산보관·운영시간 4축 전통 금융 vs DeFi — 4축 비교 출처: BIS Working Paper No. 1066 (2023) · 각 프로토콜 docs 4축 전통 금융 (CeFi) 탈중앙 금융 (DeFi) 운영 주체 은행·증권사·청산소 스마트 컨트랙트 (자동) 접근 조건 KYC·계좌 개설 지갑만 있으면 누구나 자산 보관 기관이 위탁 보관 사용자가 직접 보관 운영 시간 평일 영업시간 24시간 365일
운영 주체·접근 조건·자산 보관·운영 시간 네 가지에서 전통 금융과 DeFi 의 결이 그대로 갈립니다. 자산을 직접 보관한다는 점이 자유이자 동시에 자기 책임이 가장 무거워지는 지점이에요.

2. 어떻게 작동하나 — DEX·렌딩·스테이블 세 다리

DeFi 는 보통 세 가지 다리로 굴러갑니다. 첫째 탈중앙 거래소(DEX) 예요. 사용자끼리 호가창을 두고 매매하는 대신, 자동 시장 조성자(AMM) 라는 공식이 가격을 만듭니다. Uniswap 이 처음 대중화한 「x × y = k」 공식은 한쪽 자산이 늘면 다른 쪽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단순한 규칙으로 가격을 만드는 알고리즘이에요. 누군가 ETHUSDC 로 바꾸려고 풀에 ETH 를 넣으면, 풀 안의 ETH 가 늘어 USDC 가 자동으로 빠져나오고, 그 비율 변화가 곧 가격이 됩니다. 이 풀에 자산을 예치해 두는 사람을 유동성 공급자 라고 부르고, 그 대가로 거래 수수료(보통 0.3%) 의 일부를 받아요.

둘째는 대출 프로토콜입니다. Aave 와 Compound 가 대표 주자예요. ETH·BTC·USDC 같은 자산을 풀에 예치하면 그 양만큼 변동 금리로 이자를 받고, 동시에 그 예치를 담보로 다른 자산을 빌려갈 수 있습니다. 빌리는 한도는 보통 담보가의 50~80% 안쪽으로 제한되고, 시세가 흔들려서 담보 가치가 한계선 아래로 내려가면 코드가 즉시 자동 청산해요. 사람의 결재나 통보 없이 분 단위로 처리되는 게 핵심입니다. 셋째 다리가 스테이블코인 인데, 가격이 1 달러에 묶여 있어야 거래·대출의 단위로 쓸 수 있어요. 중앙기관이 달러로 뒷받침하는 USDC·USDT 와, 다른 암호자산을 과담보로 잡아 알고리즘적으로 1 달러에 묶는 DAI 가 양대 축입니다.

3. 짧은 역사 — MakerDAO에서 DeFi Summer까지

DeFi 라는 단어가 시장에 자리 잡은 출발점은 2017년 12월 18일 출시된 MakerDAO 의 첫 탈중앙 스테이블 DAI 였습니다. ETH 를 과담보로 잡아 1 달러에 묶인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였고, 「은행 없이도 달러처럼 쓸 자산을 만들 수 있다」 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줬어요. 이듬해 2018년 11월 2일 프라하의 Devcon 4 에서 헤이든 애덤스(Hayden Adams) 가 Uniswap V1 을 공개합니다. 비탈릭 부테린이 2016년 레딧에 남긴 짧은 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누구나 풀에 유동성을 넣고 거래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는 거래소」 가 그 자리에서 시연됐어요.

판이 폭발적으로 커진 건 2020년 여름입니다. 6월 15일 Compound 가 거버넌스 토큰 COMP 를 시장에 풀면서, 「대출 풀에 예치하면 이자에 더해 COMP 토큰까지 보상으로 받는」 구조를 처음 도입했어요. 사용자가 한 곳에 자산을 넣고 토큰 보상을 더 얹어가는 이 행위가 곧 이자 농사(Yield Farming) 라는 이름으로 굳어졌고, 이 한 달 사이 DeFi 에 묶인 총자산(TVL, Total Value Locked) 이 약 10억 달러에서 90억 달러까지 약 9배로 치솟았습니다. 시장은 이 시기를 「DeFi Summer」 라고 부르고, 흐름의 정점은 2021년 11월이었어요. DefiLlama 기준 TVL 은 그때 약 1,800억 달러에 닿았다가 그 뒤로는 천천히 내려옵니다.

DeFi 주요 사건 — 2017.12 MakerDAO → 2022.5 Terra·Luna 붕괴 DeFi 6년 주요 사건 타임라인 출처: makerdao.com · uniswap.org · compound.finance · DefiLlama MakerDAO DAI 2017.12 첫 탈중앙 스테이블 Uniswap V1 2018.11 Devcon 4 Aave 메인넷 2020.1 COMP 출시 2020.6 DeFi Summer TVL 피크 2021.11 약 1,800억 달러 Terra·Luna 붕괴 2022.5 알고리즘 한계
6년 사이 MakerDAO → Uniswap → Aave → DeFi Summer → TVL 피크 → Terra·Luna 붕괴 까지 여섯 개의 분기점이 있었어요. 빨간 점이 한계 한쪽을 가장 격하게 드러낸 자리입니다.

4. 자산으로서의 의미 — 자유와 위험이 한 묶음

DeFi 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평일 영업시간 같은 제약이 없고, 누군가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며, 자산을 직접 손에 쥔 채로 굴릴 수 있어요. 한편으로 그 자유에는 자기 책임이 따라옵니다. 코드에 버그가 있으면 그 결과도 코드대로 끝까지 실행되기 때문에, 2016년 The DAO 해킹 이후로도 2020~2024년 사이 DeFi 프로토콜 해킹 누적 피해액은 수십억 달러 단위로 쌓였어요. 거기에 플래시론 을 활용한 가격 조작, 거버넌스 토큰을 매입해 의결권을 빼앗는 거버넌스 공격, 알고리즘 스테이블의 디페그 위험까지 결이 다른 위험이 함께 따라붙습니다. 2022년 5월 Terra·Luna 가 며칠 만에 시가총액 400억 달러를 잃은 사건은 그 한계를 시장에 가장 격하게 각인시킨 사례예요.

그래서 DeFi 를 「제도권 금융보다 수익률이 높은 곳」 으로만 보면 위험합니다. 표면 이자율 너머에 비영구 손실·청산 위험·프로토콜 위험이 함께 묶여 있어서, 똑같은 8% 수익이라도 그 안에 담긴 흔들림의 크기가 다르거든요. 이 흔들림 자체를 어떻게 읽을지에 대한 기본기는 변동성이란 — 가격 흔들림의 표준편차로 읽는 시장 과 함께 두고 보면 한 흐름으로 잡힙니다. DeFi 가 약속한 「은행 없는 금융」 은 아직 실험 중이고, 그 실험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카테고리 글들에서 DEX·AMM·렌딩·NFT·Layer 2 를 하나씩 따라가며 차근차근 짚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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