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본류 · Munger 01

찰리 멍거 — 다학제 정신모델 격자와 시즈 캔디스 1972

2023년 11월 28일, 100세 생일을 34일 앞두고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의 한 병원에서 찰리 멍거가 세상을 떠납니다. 1924년 1월 1일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태어나 99년을 살았고, 그 가운데 마지막 45년은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던 사람이에요. 길이만큼 이상하게도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삶이었습니다.

기초 · 9분 읽기 · 가치투자 본류 카테고리 03

1. 1924-2023 —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삶

찰리 멍거(Charles Thomas Munger) 의 99년은 굵직한 자리 두 곳을 더해 놓은 모양입니다. 한쪽에는 1948년에 받은 하버드 로스쿨 학위가 있어요. 학부 졸업장이 없는 채로 — 미시간 대학을 중퇴하고 2차 대전 때 미 육군 항공대에서 복무한 뒤 — 곧장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을 설득해 내고 magna cum laude 로 마칩니다. 그 학위를 들고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1962년에 동료들과 Munger, Tolles & Olson 이라는 법무법인을 세웁니다. 이 회사는 지금도 LA 의 큰 로펌으로 남아 있어요.

다른 한쪽에는 1978년에 받은 자리가 있습니다.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 거기서 2023년 사망까지 45년을 앉아 있었습니다. 그 사이 그는 Daily Journal Corporation 이라는 작은 신문사 회장도 1977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맡아, 매년 2월 LA 본사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의 두 시간 Q&A 가 후세 투자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강의실이 됩니다. 두 자리 — 버크셔 부회장 45년, Daily Journal 회장 46년 — 모두 거의 자리 옮김 없이 한 곳에 머물렀다는 점이 후대 투자자들이 가장 자주 인용하는 그의 결론과 묘하게 닮았어요. "한 번 잘 골라서 오래 들고 가라."

2. 1962-1975 — Wheeler, Munger 13년의 굴곡

법률가 멍거가 운용자 멍거로 옮겨간 자리가 1962년 시작된 Wheeler, Munger and Company 라는 작은 투자조합이었습니다. 1962년부터 1975년까지 14년 동안 운용했고, 수수료 차감 전 기준으로 대략 연 19.8% (Dow 약 5.0% 의 같은 기간 상승률 대비) 라는 기록을 남깁니다. 1962-1969 8년 평균은 연 37%대 — 같은 기간 다우를 큰 폭으로 앞섰고, 1970-1972 3년은 연 13.9% 로 다우(12.2%) 와 비슷해집니다.

흥미로운 건 1973-1974 두 해예요. 미국 약세장 한복판에서 멍거 조합은 1973년 -31.9%, 1974년 -31.5% 라는 두 자릿수 손실을 두 번 연속 받습니다. 같은 기간 다우는 -13.1%/-23.1% 였으니, 멍거 쪽이 더 크게 맞은 셈이에요. 이 시기 그는 대형 한 종목 — 자동차 부품 회사 Blue Chip Stamps 와 그 산하 자산 — 에 비중을 크게 실었고, 시장이 한꺼번에 빠지자 두 해 절반 가까이가 사라집니다. 1975년 멍거 펀드는 +73.2% 를 기록하며 회복하지만, 그는 이듬해 1976년 펀드를 청산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남의 돈을 운용하는 일" 에서 사실상 손을 떼고 — 이미 1978년 임명될 버크셔 부회장 자리로 무게중심을 옮기게 돼요.

Wheeler, Munger and Company 14년 수익률 (1962-1975) Wheeler, Munger 14년 — 연 19.8% 평균과 1973-74 두 해의 -31% 출처: Munger (1976) 청산 보고서 인용 · Janet Lowe (2000) Damn Right! 1962 1965 1969 1972 1973 1974 1975 +73% +37% 평균선 (Dow) −32% 1973-74 −31.9 / −31.5 1975 +73.2%
14년 연 19.8% 평균이 깔끔한 직선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 1962-69 큰 폭 초과수익, 1973-74 두 해 큰 손실, 1975 회복 후 청산. 멍거 자신이 후세에 가장 자주 인용한 시기는 손실 두 해입니다.

3. 1972 시즈 캔디스 — 그레이엄에서 한 걸음 옮긴 자리

멍거가 가치투자 진영 안에서 이름을 바꿔 새기게 된 결정이 1972년 캘리포니아 시즈 캔디스(See's Candies) 인수였습니다. Blue Chip Stamps 가 시즈 가족이 내놓은 회사를 사려고 협상에 들어갔는데, 매도 측 호가가 3,000만 달러 — 회사 장부상 순자산의 4배가 넘는 가격이었어요. 그레이엄식 net-net 룰을 그대로 따른다면 사면 안 되는 자리였습니다. 그레이엄은 회사가 가진 순유동자산의 3분의 2 이하 가격에서만 사라고 가르쳤으니까요. 버핏이 처음 보고서를 받았을 때 반응이 그래서 회의적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멍거가 한 일이 후세 가치 진영 전체의 방향을 한 칸 옮겨 놓습니다. 그는 버핏에게 "장부 가격이 아니라 회사가 가격을 올릴 수 있는 힘 — 그러니까 단골이 다른 캔디로 바꾸지 않는 브랜드 — 을 보라" 고 설득해요. 협상 끝에 1972년 1월 Blue Chip Stamps 가 시즈 캔디스 100% 지분을 2,500만 달러에 사들입니다. 매도 측 호가에서 500만 달러를 깎은 자리였고, 그래도 회사 순유형자산 약 800만 달러의 3배가 넘는 가격이었어요. 이후 35년 동안 시즈는 추가 자본 약 3,200만 달러로 누계 13억 5천만 달러 가까운 세전 이익을 만들어 — 결과적으로 멍거 말이 맞은 것으로 정리됩니다.

버핏이 2007년 주주서한에서 "찰리 덕분에 나는 담배꽁초 찾기에서 위대한 회사 사기로 옮겨 갔다" 고 적은 자리가 정확히 이 1972년 결정입니다. 그레이엄식 안전마진의 정의는 그대로 두되, 그 안전마진을 회사가 가진 가격 결정권 위에 다시 세운 셈이에요. 가치 진영 안에서 그레이엄식 원조와 멍거-버핏식 변형이 갈라지는 큰 흐름을 머니스쿱은 가치 vs 성장 — 두 투자 철학의 본질 차이에서 결을 더 길게 풀어 두었고, 멍거가 권한 시즈 한 종목이 어떻게 35년 누적으로 굴러갔는지는 워런 버핏 — 해자(Economic Moat)와 1972 시즈 캔디스의 35년에서 시간순으로 다룹니다.

4. 1994 USC — 격자 위의 80~90개 모델

운용자 멍거가 사상가 멍거로 자리를 옮기는 변곡점이 1994년 4월 USC 비즈니스스쿨 강연이었습니다. 강연 제목은 "투자 운용·사업과 관련된 초보적·세속적 지혜에 관한 한 강의(A Lesson on Elementary, Worldly Wisdom As It Relates To Investment Management & Business)" 였고, 이 자리에서 그가 처음으로 격자(latticework) 라는 말을 학생들 앞에 정식으로 꺼냅니다.

그가 그 강연에서 정리한 핵심은 단순합니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외운 사실 더미가 아니라 모델(model) 이 있어야 하고, 그 모델은 한두 개로는 부족해 80~90개 정도가 격자처럼 엮여 있어야 한다는 것. 80~90개 가운데 정말 무거운 짐을 지는 모델은 그 가운데 몇 개 안 된다고도 같이 적습니다. 모델은 한 학문에서만 모이지 않습니다 — 복리·확률 같은 수학에서, 임계량·평형 같은 물리학에서, 자연선택 같은 생물학에서, 그리고 사람이 결정을 그르치는 방식 — 심리학에서 — 골고루 가져와야 한다는 거예요.

이 강연에서 그가 인용한 비유 중 가장 자주 떠올려지는 게 "사람의 손에 망치만 있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to a man with a hammer, everything looks like a nail)" 입니다. 한 학문 안에 갇힌 사람은 같은 도구를 모든 문제에 휘두르게 된다는 것 — 그래서 격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죠. 이 강연 녹취는 1995년 Outstanding Investor Digest 에 정식으로 실렸고, 후일 Peter Kaufman 이 묶은 Poor Charlie's Almanack(2005) 의 첫 번째 강의로 다시 들어갑니다. 사람이 한 가지 사건을 보는 여러 각도를 미리 머릿속에 깔아두자는 그의 권고는 머니스쿱의 분산투자의 기본 —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일이 자산 차원에서 같은 결을 다루는 글입니다.

멍거의 lattice — 5 학문 × 80~90 모델 멍거의 lattice — 5 학문 위에 얹힌 80~90 모델 출처: Munger (1994) USC Business School 강연 · Poor Charlie's Almanack (2005) 수학·확률 물리학 생물·진화 심리학 경제·회계 80~90 모델 = 격자의 교차점 손에 망치만 있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한 학문에서 빌린 도구는 다른 학문의 사실을 깎아 내려고 만든 게 아니다
강연에서 멍거가 그린 lattice 의 골격. 다섯 학문에서 가져온 도구가 그 자체로는 흩어져 있지만, 격자 위에서 만나면서 하나의 결정을 여러 각도에서 깎아 보게 만든다는 발상.

5. 1995 하버드 — 25가지 오판의 심리

USC 강연 다음 해인 1995년, 멍거는 하버드대 동문 모임에서 한 시간짜리 강연을 또 하나 합니다. 제목은 "사람의 오판에 관한 심리학(The Psychology of Human Misjudgment)". 격자의 다섯 학문 가운데 심리학 칸을 그 자체로 펼친 강의예요. 그는 이 자리에서 사람이 결정을 그르치는 25가지 표준 원인을 차례로 짚어 갑니다 — 보상이 부추기는 편향(incentive-caused bias), 한 번 한 말에 자기를 묶는 일관성 편향, 가까운 사람을 향한 호감·반감이 판단을 흐리는 일, 권위 앞에서 사고를 멈추는 경향 같은 항목들이요. 멍거는 이 25개 목록을 자기가 직접 사업과 투자에서 본 오판 사례로 한두 개씩 받쳐가며 풀어 냅니다.

강연 자체보다 흥미로운 건 그 후의 일입니다. 멍거는 81세였던 2005년에 자기 기억에만 의존해 — 따로 자료를 찾지 않은 채 — 이 강연 원고를 다시 처음부터 고쳐 씁니다. 같은 25개 항목을 더 세세하게 풀고 25번째 항목으로 "Lollapalooza Tendency" 라는 이름을 붙여 두 가지 이상의 편향이 한 방향으로 겹쳤을 때 사람이 무너지는 메커니즘을 추가해요. 두 버전 모두 후일 Poor Charlie's Almanack(2005) 11장에 수록되고,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정식 학과로 자리 잡기 전에 멍거가 같은 이야기를 사업가의 언어로 정리해 둔 사실로 자주 인용됩니다. 격자 위 다섯 학문 칸 가운데 심리학 칸이 가장 짙게 칠해진 이유가 거기 있어요.

6. 거꾸로 생각하라 — Invert, always invert

멍거가 평생 가장 자주 입에 올린 한 줄이 19세기 독일 수학자 카를 야코비(Carl Jacobi)의 격언 "Man muss immer umkehren" — "거꾸로 생각하라" 였습니다. 어려운 문제는 정공법으로 풀려 하지 말고 —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가 아니라 "무엇을 하면 비참해질까" — 를 먼저 묻고, 그 답에서 거꾸로 빠져나오라는 식이에요. 1986년 하버드-웨스트레이크 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그는 이 inversion 논리를 사회 진출을 앞둔 학생들에게 그대로 적용합니다. "어떻게 잘 살까" 대신 "어떻게 비참하게 살 수 있는지" 네 가지 — 약물·시기·분노·불성실 — 를 짚으며, 그 네 가지를 피하기만 해도 절반은 풀린다고 짚어요.

투자에 옮겨 적으면 "어떻게 큰 돈을 벌까" 대신 "무엇을 하면 큰 돈을 잃을까" 를 먼저 따져 두고 그 자리만 피한다는 룰입니다. 그 결과 그가 평생 권한 결정 횟수는 의외로 적었습니다 — Berkshire 가 2000년대 후반 단행한 BYD 1차 투자처럼 한 번 결심하면 길게 들고 가되, 시도 자체를 자주 하지는 않는다는 그의 운용은 inversion 룰의 자연스러운 귀결이에요. 리스크 관리를 화려한 모델로 푸는 대신 "지지 마라, 그러면 이긴 셈이다" 한 줄로 정리한다는 점에서, 그는 그레이엄 안전마진을 심리학 칸까지 확장한 사람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입문자 입장에서 멍거의 한 단어를 무엇으로 골라야 할지 묻는다면 답은 격자(lattice) 가 가장 가깝습니다. 한 가지 사실을 두고 회계로만, 가치평가 모델 하나로만 깎아 보는 대신, 심리·확률·역사·생물 같은 다른 학문 칸에서도 같은 사실을 한 번씩 깎아 보는 습관 — 그게 그가 99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쌓아 둔 결론입니다. 그레이엄이 1929년 대공황에서 안전마진을 만들어낸 결을 보고 싶다면 머니스쿱의 벤저민 그레이엄 — 안전마진의 탄생과 가치투자의 헌법이 같은 시리즈의 첫 글이고, 그 안전마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도구 단위로 풀고 싶다면 가치평가 — 좋은 회사와 좋은 가격 사이의 거리가 같은 이야기를 자산 분석 쪽에서 펼쳐 둡니다.

7. 출처

  • Charles T. Munger (1994-04-14) · "A Lesson on Elementary, Worldly Wisdom As It Relates To Investment Management & Business" · USC Marshall School of Business 강연 녹취 (Outstanding Investor Digest 1995-05-05 호 게재)
  • Charles T. Munger (1995-06) · "The Psychology of Human Misjudgment" · Harvard Law School Class of 1948 동문 강연 (2005년 81세 시점 본인 직접 개정판 수록)
  • Peter D. Kaufman (ed., 2005) · Poor Charlie's Almanack: The Wit and Wisdom of Charles T. Munger · Walsworth Publishing · 1·2·11장
  • Berkshire Hathaway 1972·2007 주주서한 · 시즈 캔디스 인수가 2,500만 달러·35년 누계 세전 이익 13억 5천만 달러 기록 · berkshirehathaway.com/letters
  • Janet Lowe (2000) · Damn Right! Behind the Scenes with Berkshire Hathaway Billionaire Charlie Munger · John Wiley & Sons · Wheeler, Munger and Company 1962-1975 연도별 수익률 부록
  • Daily Journal Corporation · "Charles T. Munger, 1924-2023" 부고 (2023-11-29) · dailyjournal.com
  • Alice Schroeder (2008) · The Snowball: Warren Buffett and the Business of Life · Bantam Books · 시즈 캔디스 협상 과정 1972 1월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