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거래 기초 · Trading 02

지정가 vs 시장가 — 가격을 정하는 주문과 즉시 체결되는 주문

매수·매도 화면을 처음 열면 곧장 마주치는 갈림길이 주문 유형입니다. 지정가는 "정확히 이 가격에서만 사겠다"는 약속을 호가창에 거는 주문이고, 시장가는 "지금 거래되는 가격이면 무조건 사겠다"고 호가를 흡수해 들어가는 주문입니다. 둘은 같은 매수·매도라도 체결의 보장과 가격의 보장 중 어느 쪽을 양보하느냐가 다른 도구라서, 입문자 한 달 학습은 거의 이 한 가지 결정을 손에 익히는 시간이라 봐도 됩니다.

기초 · 6분 읽기 · 주문·거래 기초 카테고리 02

1. 두 주문이 양보하는 자리가 다르다

주문 유형이 단순히 두 개로 갈리는 이유는 시장에서 거래가 성사되는 방식 때문입니다.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가 서로 만나야 체결이 일어나는데, 호가창은 1초 단위로 출렁입니다. 지정가는 "내가 정한 가격이 만나러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쪽이고, 시장가는 "지금 호가창에 쌓여 있는 매도 잔량을 위에서부터 빨아들이며 내 수량만큼 사겠다"는 쪽이에요. 한쪽은 가격을 보장받는 대신 체결을 양보하고, 다른 쪽은 체결을 보장받는 대신 가격을 양보합니다.

이 보장의 비대칭이 입문자가 가장 자주 헷갈리는 자리예요. 매수·매도가 무엇인지는 처음 거래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두 단어에서 한 번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 글이 끝난 자리에서 곧바로 마주치는 다음 결정이 바로 "어떤 방식으로 살까"입니다. 호가창의 1호 매수·매도 호가, 잔량 두께, 스프레드를 머리에 그려 놓고 이 두 주문이 그 표 위에서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본문 그림 한 장으로 묶어 두면 손에 잡힙니다.

2. 지정가 — 가격을 못박고 줄 서기

지정가 주문(limit order)은 매수자가 "이 가격 이하면 사겠다", 매도자가 "이 가격 이상이면 팔겠다"고 가격선을 명시한 주문입니다. 정한 가격이 곧장 1호 호가에 닿지 않으면 호가창의 그 줄에 잔량으로 들어가 줄을 서요. 같은 가격에 먼저 와 있는 다른 주문이 다 처리된 다음에야 내 차례가 옵니다. 그래서 지정가는 가격은 내가 보장받지만, 그 가격이 시장으로부터 만나러 와 줄지 — 그리고 같은 줄의 앞 사람보다 먼저 처리될지 — 까지는 보장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어떤 종목의 1호 매도 호가가 71,100원, 1호 매수 호가가 71,000원, 호가 스프레드가 100원 벌어져 있다고 합시다. 매수자가 71,050원에 지정가 주문을 넣으면 그 자리는 매도 호가 줄에는 닿지 않고 매수 호가의 새 1호로 등록됩니다. 매도자가 가격을 내려서 71,050원까지 내려와야 처음으로 거래가 성사돼요. 그 동안 시장이 갑자기 강해져 가격이 71,200·71,300원으로 올라가 버리면 그 주문은 그저 호가창에 떠 있는 종이로 남고, 거래는 한 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게 지정가의 첫 번째 비용 — 미체결 위험입니다.

지정가는 줄 서기, 시장가는 호가창 흡수 호가창 위에서 두 주문은 어떻게 움직이나 지정가 — "71,050원에 사겠다" 매도 71,400 12,500 매도 71,300 8,200 매도 71,200 5,400 매도 71,100 ←1호 3,100 스프레드 100 매수 71,050 ← 내 주문 300 매수 71,000 2,800 매수 70,900 4,600 매수 70,800 7,800 → 매수 새 1호로 줄 서기 시장이 71,050까지 내려와야 체결 못 만나면 종이로 남는다 (미체결) 시장가 — "지금 가격이면 OK" 매도 71,400 12,500 매도 71,300 8,200 매도 71,200 5,400 ← 흡수 매도 71,100 ←1호 3,100 ← 흡수 매수 71,000 2,800 매수 70,900 4,600 위에서부터 차례로 매도 잔량을 빨아들임 8,000주 매수 시 평균 71,138원 최선 호가는 71,100, 실제는 더 비싸게 (슬리피지) 잔량이 얇을수록 위로 더 빨려 올라간다
그림 1. 같은 호가창에서 두 주문은 자리가 다르다. 지정가는 새 1호로 줄을 서고 시장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시장가는 매도 호가의 위에서부터 잔량을 흡수하며 위로 올라간다.

3. 시장가 — 호가창 위쪽을 빨아들이며 즉시 체결

시장가 주문(market order)은 가격을 적지 않습니다. 매수 시장가라면 1호 매도 호가부터 위로 올라가며 차례로 잔량을 흡수하고, 매도 시장가라면 1호 매수 호가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잔량을 흡수해요. 그래서 체결 자체는 거의 즉시 일어나고, 입문자가 "버튼을 누르면 바로 사진다"고 느끼는 게 시장가의 감각입니다. 이 감각이 손에 잡혀야 매도 비중을 빨리 줄여야 하는 상황 — 시장이 갑자기 약해지거나, 미수·신용 만기가 임박했거나 — 에서 망설이지 않을 수 있어요.

대신 양보하는 자리가 가격입니다. 1호 매도 호가가 71,100원이라도 그 자리에 쌓인 잔량이 3,100주뿐이라면 그보다 큰 수량을 시장가로 매수할 때 위쪽 71,200·71,300원의 잔량까지 흡수해 들어갑니다. 결과적으로 평균 체결가는 1호 호가보다 위에서 형성돼요. 이 가격 차이를 슬리피지(slippage)라고 부르고, 슬리피지는 거래량이 많은 종목일수록 작고 적은 종목일수록 커집니다. 유동성이 두꺼운 코스피 대형주는 시장가 1만 주 정도까지는 호가가 한두 칸만 움직이지만, 거래량이 적은 소형주에서는 한 번의 시장가 매수가 호가창을 5~10칸씩 위로 끌어 올리는 일도 흔해요. 암호화폐처럼 야간 변동성이 큰 자산은 같은 종목이라도 새벽 시간대에 호가창 잔량이 얇아지므로 시장가 슬리피지가 평일 낮 대비 몇 배로 커지기도 합니다. 거래량이 가격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한 번 더 보고 싶다면 기술적 분석 쪽의 거래량이란 무엇인가를 같이 두면 시장가의 위험 자리가 더 또렷해집니다.

4. 어디서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 — 상황별 한 표

두 주문 사이에서 정답은 없고, 상황마다 양보의 비용이 다릅니다. 일상적인 적립식 매수처럼 1주 차이가 큰 의미가 없을 때는 시장가가 시간을 절약해 주고, 분기 실적 발표 직후처럼 호가창이 출렁이는 자리에서는 지정가가 어처구니없는 평균 체결가를 막아 줘요. 같은 종목이라도 정규장 한복판은 시장가가 안전하고, 동시호가로 들어가는 시초가·종가 10분이나 시간외 거래 구간은 잔량이 얇아 시장가의 슬리피지가 평소보다 훨씬 커집니다.

상황별 권장 — 지정가 / 시장가 상황별 어느 쪽을 양보할까 상황 권장 주문 양보하는 자리 대형주 정규장 · 거래량 많음 · 적립식 시장가 가격(소폭) 소형주 · 거래량 적음 지정가 즉시 체결 실적 발표 · 변동성 큰 자리 지정가 즉시 체결 반드시 거래해야 하는 손절·미수 만기 시장가 가격 동시호가 10분 · 시간외 거래 지정가 즉시 체결 암호화폐 새벽 시간대 지정가 즉시 체결 입문자 첫 한 달 — 가격 감각 익히기 지정가 즉시 체결 정답은 없고, 상황마다 양보의 비용이 다르다. 잔량이 얇은 자리에서는 시장가가 호가를 위로 끌어 올린다는 점만 기억해도 충분.
그림 2. 거래량·변동성·잔량 두께가 결정 변수. 입문자 첫 한 달은 지정가로 가격이 만나는 감각을 손에 익히는 시간으로 두면 다음 결정이 빠르게 자리 잡는다.

5. 정리 — 어떤 한 가지를 양보할 것인가

지정가와 시장가는 매수·매도의 두 모드라기보다, 가격과 체결 중 하나를 양보하는 두 도구입니다. 지정가는 호가창에 줄을 세우고 시장이 만나러 오기를 기다리는 자세고, 시장가는 호가창 위쪽을 빨아들이며 즉시 들어가는 자세예요. 입문 시기에 권하는 출발은 첫 한 달 정도 모든 매수·매도를 지정가로 넣어 보는 일입니다. 호가창과 체결가가 어떻게 만나는지 손에 잡히면, 그 다음부터는 시장가가 어울리는 자리(거래량 두꺼운 대형주의 적립식 매수, 반드시 비중을 줄여야 하는 손절·만기) 도 자연스럽게 가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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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와 매도 — 처음 거래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두 단어
실전 FAQ · 거래·체결 · BASIC
체결 안 되는 이유 — 가격·잔량·시간 세 갈래
기술적 분석 · 거래량 · BASIC
거래량이란 무엇인가 — 가격 신호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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