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년의 문턱 — 넘으면 연금, 못 넘으면 일시금
국민연금법 제61조는 가입기간 10년 이상인 사람에게 노령연금을 지급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120개월을 못 채우면 매달 받는 연금은 아예 없고, 대신 본인이 낸 보험료(사용자 부담분 포함)에 이자를 더한 반환일시금을 한 번 받고 끝이에요. 문제는 이 일시금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거예요. 9년 11개월을 납부한 사람과 10년을 납부한 사람의 차이는 고작 한 달이지만, 하나는 한 번 받고 끝이고 다른 하나는 죽을 때까지 매달 돈이 들어옵니다.
2025년 7월 기준 노령연금 수급자는 약 620만 명이고, 전체 수급자 평균 월 수령액은 약 68만 원입니다. 20년 이상 가입자만 따로 보면 월 평균 110만 원 수준이에요. 국민연금 기초 편에서 가입·납부 구조를 다뤘다면, 이 글은 「기간이 수령액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집중합니다.
2. 가입기간이 수령액을 결정하는 구조
국민연금 산식은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과 내 평균소득(B값)을 더한 뒤, 가입기간에 비례해 곱한다」는 구조예요. 2026년 A값은 약 319만 원입니다. 여기서 가입기간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평균소득자(월 약 300만 원) 기준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10년은 감액노령연금으로 기본 지급률의 50%만 적용되고, 20년 이상이 되어야 완전노령연금으로 올라갑니다. 20년을 넘기면 초과 1년마다 지급률이 5%씩 가산되기 때문에, 30년과 40년 사이의 차이가 10년과 20년 사이보다 훨씬 큽니다. 2025년 연금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41.5%에서 43%로 올라간 덕분에 40년 가입 평균소득자의 월 수령액은 종전보다 약 9만 원 늘었어요.
3. 빈 기간을 메우는 세 가지 길
경력 단절, 실업, 군 복무 같은 이유로 납부가 끊기는 기간이 거의 모든 가입자에게 있습니다. 이 빈 기간을 채울 수 있는 공식적인 경로가 세 가지 있어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추후납부(추납)입니다. 과거에 보험료를 못 냈던 기간을 나중에 소급해서 내는 건데, 최대 119개월(약 10년)까지 가능해요. 한꺼번에 낼 수도 있고 최대 60회 분할도 됩니다. 2016년부터는 경력단절 전업주부의 적용제외 기간도 추납 대상이 돼서, 438만 명에 달하는 무소득 배우자가 이 길을 쓸 수 있게 됐어요. 추납한 기간은 가입기간에 그대로 합산되니까, 8년밖에 못 채운 사람이 2년을 추납하면 10년 문턱을 넘겨 노령연금을 받게 되는 거예요.
두 번째는 크레딧 제도입니다. 국가가 특정 기간을 가입기간에 더해 주는 건데, 군복무·출산·실업 세 가지가 있어요. 2026년 1월부터 출산 크레딧이 대폭 확대돼서, 기존에는 둘째부터 12개월만 인정하던 것이 첫째부터 12개월씩 인정하게 바뀌었습니다. 군복무 크레딧도 기존 일률 6개월에서 실제 복무 기간(최대 12개월)으로 확대됐고요. 실업 크레딧은 구직급여 수급 중 본인이 보험료의 25%만 내면 국가가 75%를 보조해 최대 12개월을 채워 주는 제도예요.
세 번째는 임의계속가입입니다. 만 60세에 자격이 끝나는데, 가입기간이 부족하거나 더 늘리고 싶은 사람은 65세까지 본인 신청으로 계속 납부할 수 있어요. 2025년 말 기준 약 45만 명이 이 제도를 쓰고 있습니다. 10년 문턱에 걸린 분이라면 이 길이 가장 확실한 탈출구이고, 이미 20년을 넘긴 분도 5년 더 내면 수령액이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노후 설계에서 보수적 자산배분을 고민하기 전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먼저 최대한 늘리는 게 가장 확실한 노후 수익률이에요.
4. 보험료율 9%에서 13%로 — 2025년 개혁 이후
2025년 3월 통과된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이 현재 9%에서 매년 0.5%p씩 올라 2033년에 13%에 도달합니다. 직장인은 회사와 반반이라 본인 부담이 4.5%에서 6.5%로 오르는 셈이에요. 소득대체율은 41.5%에서 43%로 올라갔고, 국가지급보장이 법에 명문화됐습니다. "내가 낸 돈을 나중에 정말 받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제도적으로는 한 걸음 해소된 거예요.
이 개혁이 가입기간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보험료를 더 내는 만큼, 가입기간을 늘려야 늘어난 부담의 대가를 온전히 거둘 수 있다는 거예요. 13%를 내면서 15년만 채우는 것보다, 13%를 내면서 30년을 채우는 쪽이 같은 보험료 대비 수령액의 배율이 훨씬 높습니다. 60/40 포트폴리오의 연 9% 수익률도 국민연금의 종신 지급 구조에 비하면 불확실성이 큰 편이라, 가입기간을 늘리는 건 무위험 수익률에 가까운 노후 전략이라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