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밤 10시 30분, 거래가 시작됩니다
공모가 한 주 $135, 조달 규모 약 750억 달러(약 114조 원),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 약 1.77조 달러 — 사상 최대 IPO이고, 티커는 SPCX, 나스닥입니다. 미국 정규장 개장은 한국시간 오늘 밤 10시 30분이니, 이 글을 아침에 읽고 계시다면 아직 한 주도 거래되지 않은 시점이에요. 직접 매수 절차와 증권사별 경로는 시리즈 1화 스페이스X IPO 투자 방법에서 다뤘고, 이 가격이 비싼지에 대한 계산은 3화 적정주가 편에 있습니다.
그런데 "스페이스X를 산다"는 문장에는 직접 매수 말고 다른 경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스페이스X를 담는 펀드, 즉 ETF를 사는 거예요. 막상 들여다보면 이 경로가 생각보다 복잡해요. 상장 전부터 이미 들고 있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7월이 되어야 규정상 담을 수 있는 펀드도 있습니다. 오늘 밤부터 부지런히 사 모으겠다고 예고한 국내 액티브들은 그 중간쯤이고요. 보유 비중도 25%에서 1% 미만까지 제각각이라, 어떤 걸 고르느냐에 따라 사실상 다른 투자가 됩니다.
2. 상장 전부터 이미 들고 있는 펀드
비상장 시절의 스페이스X 지분을 미리 사 둔 펀드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XOVR(ERShares Private-Public Crossover ETF)이 대표예요. 비상장 기업이 상장사로 넘어가는 구간을 노리는 설계라, 스페이스X가 최대 보유 종목으로 포트폴리오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운용사 스스로는 23%까지 채웠다고 밝힌 적도 있고요. 순자산은 약 22억 달러. 올해 3월 말 출시된 NASA(Tema Space Innovators ETF)는 좀 특이한 경우인데, 비상장 지분으로 10.2%(5월 말 기준)를 들고 있다가 37거래일 만에 순자산 10억 달러를 넘길 만큼 돈이 빨리 몰리는 바람에 정작 스페이스X 비중은 6월 들어 6% 안팎으로 희석됐습니다. 순자산이 불어나는 속도가 지분을 앞질러 버린 거예요. 5월 말 순자산은 25.8억 달러 (Yahoo Finance).
폐쇄형 펀드까지 넓히면 DXYZ(Destiny Tech100)가 스페이스X를 16.2% 들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는 좀 따져 보고 들어가야 합니다. 3월 말 기준 순자산가치(NAV)가 주당 $24.56인데 시장 가격은 $50~60대를 오갑니다. 펀드가 들고 있는 자산 가치의 두 배가 넘는 웃돈을 주고 사는 셈이에요. 게다가 최근 10억 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ATM) 계획이 공시되면서 프리미엄이 출렁이고 있고요 (Quiver). 참고로 뮤추얼펀드로 가면 쏠림이 더 심합니다. 배런 파트너스 펀드는 자산의 33%가 스페이스X이고, 피델리티 콘트라펀드는 금액 기준 최대인 80.5억 달러어치를 들고 있어요.
3. 국내 ETF — 25%를 향한 경쟁
국내에서는 지난 한 달 사이 돈이 무섭게 몰렸습니다. 미국 우주항공 ETF로 들어온 자금만 2조 원대. 상장 전날 하루만 떼어 봐도 개인이 TIGER 미국우주테크를 252억 원,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를 245억 원 순매수했어요 (서울경제). 전략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 ETF | 운용사 | 순자산 | 방식 | 스페이스X 편입 계획 |
|---|---|---|---|---|
| TIGER 미국우주테크 | 미래에셋 | 2조 2,462억 원 (6/11) | 패시브 (Akros U.S. Space Tech 10종목) | 상장 당일 조기 편입을 추진했다가 철회 — 지수 방법론대로 상장 후 2거래일(T+2) 편입 |
|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 한국투자신탁운용 | 2,047억 원 (5/12) — 이후 한 달 새 개인 순매수 약 950억 원으로 급증세 | 액티브 | IPO 공모 물량을 배정받아 상장 직후 편입, 부족분은 장내 매수로 최대 25%까지 |
| KODEX 미국우주항공 | 삼성자산운용 | 5,771억 원 (5/19) | 비상장 특례 설계 | 상장 시 최대 25%까지 담을 수 있는 특례 구조 — 상장 후 1~2거래일 내 편입 계획 |
| SOL 미국우주항공TOP10 | 신한자산운용 | — (한 달 유입 773억 원) | 패시브 | 지수 리밸런싱 따라 순차 편입 · 6/16 'SOL 우주항공밸류체인' 신규 상장 예정 |
| PLUS 우주항공 | 한화자산운용 | — | 국내 밸류체인형 | 국내 기업 중심이라 스페이스X 직접 편입 대신 공급망 기업(스피어·컨텍 등) 중심 |
표에서 TIGER 줄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미래에셋은 원래 '패스트 엔트리'라는 조기 편입 제도로 상장 당일 스페이스X를 담겠다고 공지했다가, 게시 약 한 시간 만에 공지를 내렸어요. 순자산 2조 원이 넘는 TIGER 의 패시브 자금이 상장 첫날 곧바로 매수에 나서면 수급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고, 지수사업자가 시장 참여자들과 협의해 수시 변경을 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서울경제 단독). 결과적으로 TIGER 는 규정대로 T+2, ACE 와 KODEX 는 액티브·특례 구조 덕에 그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구도가 됐습니다.
참고로 "최대 25%"라는 숫자가 양쪽에서 반복되는 게 우연은 아닙니다. 펀드가 한 종목에 쏠리는 걸 막는 동일 종목 한도 규정이 있지만, 시가총액이 충분히 큰 종목에는 예외가 열리고, 운용사들은 그 틀 안에서 25%를 한도로 한 특례 구조를 설계했다고 설명합니다. 경쟁은 결국 같은 한도 안에서 '얼마나 빨리, 얼마나 가득' 채우느냐예요.
4. 지수 펀드의 시간표 — QQQ는 7월, S&P500은 아직
테마 ETF 가 아니라 그냥 시장 전체를 담는 지수 ETF는 어떨까요.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규정이 시간표를 정합니다. 나스닥은 올해 5월 1일 지수 방법론을 바꿔서, 시가총액이 나스닥100 상위 40위 안에 드는 신규 상장 기업은 15거래일 뒤 지수에 들어올 수 있게 했어요. 기업가치 1.77조 달러면 상위 40위는커녕 최상위권이니, 6월 12일 상장 기준으로 7월 6일 전후 나스닥100 편입이 유력합니다. 그 순간 QQQ(순자산 약 4,957억 달러)와 QQQM 을 들고 있는 사람은 — 본인이 원했든 아니든 — 스페이스X 주주가 됩니다. 다만 지수는 시장에 실제로 풀린 유통주식만으로 비중을 계산하는데, 스페이스X는 이번에 판 주식이 전체의 일부뿐이라 비중은 0.5~1% 수준으로 깎여 들어올 전망이에요 (Yahoo Finance).
반면 S&P500 은 다릅니다. 편입에 GAAP 기준 흑자 요건이 있는데, 스페이스X는 S-1 해부 편에서 봤듯 아직 영업적자 26억 달러 회사예요. 실제로 S&P 글로벌은 6월 초 스페이스X 패스트트랙 편입 제안을 거부하고 흑자 요건을 유지하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Fortune). SPY·VOO·IVV 가 스페이스X를 담는 날은 흑자 전환 이후로 미뤄집니다. 시가총액 가중 지수 ETF가 종목을 어떻게 빨아들이는지 궁금하다면 VOO 완전정복에서 그 구조를 다뤘습니다. 한편 단일 종목 레버리지 시장은 벌써 분주해서, 스페이스X 관련 ETF 신청서만 SEC 에 25건이 쌓였고 Defiance 의 2배 레버리지 SPCU 같은 상품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어요.
5. 그런데, 미리 알 수 있긴 한가요
솔직하게 답하면 절반쯤만 알 수 있습니다. 패시브 ETF는 기초지수의 편입 규정이 공개돼 있으니 시점 계산이 가능해요. 나스닥100의 15거래일 룰이나 Akros 지수의 T+2 가 그런 경우입니다. 액티브는 사정이 좀 다른데, ACE 의 공모 배정이나 KODEX 의 특례 상한처럼 운용사가 밝힌 계획이 근거의 전부입니다. 계획은 계획이지 약속이 아니라서, 시장 상황에 따라 줄거나 늦어질 수 있어요.
확실해지는 건 결국 상장 다음 날부터입니다. 국내 ETF는 자산구성내역(PDF)이 매 영업일 공시되니까, 운용사 홈페이지에서 실제 편입 수량과 비중을 누구나 볼 수 있어요. 미국 ETF도 대부분 보유 종목을 매일 웹에 올립니다. 오늘 밤 거래가 시작되면 내일 아침 PDF 에 누가 정말로 얼마나 샀는지 숫자로 찍혀 나올 테니, 25%라는 예고편이 본편에서 몇 %가 됐는지는 거기서 확인하면 됩니다.
6. 같은 이름, 전혀 다른 상품들
오늘 '스페이스X ETF'라는 이름으로 묶여 도는 상품들은 사실 서로 꽤 다른 물건입니다. XOVR 는 이미 20%를 들고 상장만 기다려 왔고, ACE 와 KODEX 는 오늘 밤부터 사 모으기 시작하고, QQQ 에게 스페이스X 는 7월에 1% 미만으로 들어오는 100개 종목 중 하나일 뿐이에요. 같은 뉴스가 떠도 값이 움직이는 폭과 이유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봐야 할 건 비중과 시점, 이 둘입니다. 이것만 챙겨도 '스페이스X 수혜'라는 광고 문구에 휘둘릴 일이 한결 줄어듭니다.
과열의 신호도 함께 적어 둡니다. NAV 의 두 배에 거래되는 DXYZ, 상장 전날 하루에만 500억 가까이 몰린 국내 자금, SEC 에 쌓인 25건의 ETF 신청서 — 역사적으로 이런 풍경은 닷컴 버블 2000의 IPO 광풍 때와 닮은 데가 있습니다. 스페이스X가 좋은 회사라는 것과 지금 모든 우주 ETF가 좋은 가격이라는 건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펀드를 고르기 전에 그 펀드의 자산구성내역부터 열어 보세요. 확인하는 데 몇 분 걸리지도 않는데, 오늘처럼 돈이 몰리는 날에는 그 몇 분이 이름만 보고 산 펀드를 걸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