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채권이란 — 정해진 이자와 만기 두 약속
자산이란 글에서 위험·수익 축으로 자산을 나눴다면, 채권은 그 사분면에서 주식보다 한 칸 왼쪽 — 변동성은 작지만 기대수익도 작은 자리에 놓입니다. 채권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이유는 본질이 돈을 빌려주는 증서 라는 점에서 시작합니다. 회사가 공장을 새로 짓거나 정부가 큰 사업비를 마련해야 할 때 시장에서 자금을 모으는데, 은행 대출로는 규모가 부족하거나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에 채권을 발행합니다. 투자자는 그 증서를 사면서 발행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두 가지 약속을 받죠 — 정해진 주기마다 이자가 들어오고, 약속한 날짜가 되면 빌려준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는다는 약속입니다.
이 약속을 구성하는 숫자가 세 개입니다. 액면가는 만기 때 돌려받을 원금 단위(보통 1만원·1,000달러)이고, 표면이자율 은 액면가 대비 매년 받을 이자 비율(예: 4%면 1만원짜리 채권이 매년 400원), 그리고 만기 는 원금을 돌려받는 시점입니다. 세 숫자가 발행 시 못 박혀 있어서, 만기까지 들고만 있으면 투자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받을 금액을 거의 다 알 수 있어요. 주식이 미래 이익에 대한 청구권으로 끝까지 모호한 것과 가장 크게 갈라지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2. 발행자별 — 국채·회사채·지방채
누가 발행했는지에 따라 같은 채권이라도 풍경이 달라집니다. 국채 는 중앙정부가 발행한 채권으로, 한국 국고채와 미국 트레저리(Treasury)가 대표적이에요. 정부의 세금 징수 권한이 뒤에 있어서 신용 위험이 가장 작고, 그래서 시장에서는 국채 금리를 모든 채권의 출발선이자 무위험 금리로 다룹니다. 한국 3년물 국고채 금리·미국 10년물 트레저리 금리가 매일 뉴스에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죠. 1970년대 이후 미국 국채가 정상적으로 원리금을 못 갚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회사채 는 일반 기업이 발행한 채권으로, 같은 만기 국채보다 금리가 높습니다. 그 차이를 신용 스프레드 라고 부르는데, 회사가 망할 가능성을 시장이 숫자로 환산한 결과예요. 한국에서는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 같은 대형 우량 기업의 회사채가 활발하게 거래됩니다. 그 옆에 지방정부가 발행한 지방채, 공기업이 발행한 특수채(한전채·도로공사채 등)가 자리 잡고, 마지막에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발행한 하이일드채(투기등급 회사채) 가 있어요. 같은 5년 만기라도 누가 발행했는지에 따라 금리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3. 신용등급과 채권 가격 — 두 변수가 만드는 흔들림
발행자의 갚을 능력을 외부에서 평가해 알파벳으로 매긴 게 신용등급입니다. 무디스·S&P·피치 세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표준을 잡았고, 한국에서는 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가 같은 일을 합니다. AAA가 가장 높고 AA·A·BBB까지를 투자등급, BB 이하를 투기등급으로 갈라요. 투자등급은 기관 투자자가 안심하고 담을 수 있는 자리, 투기등급은 부도 위험이 분명히 있어 그만큼 높은 금리를 약속하는 자리입니다. 등급이 한 칸 떨어지면 같은 만기에서 금리가 0.5~1.5%포인트씩 올라가는 게 보통이에요.
중간에 사고팔 때 가격이 흔들리는 이유는 시장 금리가 매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더 높은 이자를 얹어 나오니까, 이미 발행된 낮은 이자 채권은 매력이 떨어져 가격이 내려갑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옛 채권의 높은 이자가 귀해져 가격이 올라가죠 — 이게 채권 가격이 금리와 반비례한다는 그림의 핵심입니다.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어차피 액면가를 돌려받으니 영향이 작지만, 중간에 팔아야 한다면 매도 시점의 시장 금리가 그대로 손익에 반영돼요. 거시 환경에서 금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더 깊이 보고 싶다면 매크로 경제학 개요 의 금리 사이클 부분을 같이 읽으면 채권의 가격 흔들림이 한층 또렷해집니다.
4. 주식과 견주기 — 청산 우선순위와 비중
주식 자산 글에서 본 두 갈래 보상(주가 차익 + 배당) 과 비교해 보면 채권의 자리가 더 또렷해집니다. 회사가 망해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 회사 자산을 처분한 돈은 정해진 순서대로 분배돼요 — 세금·임금이 먼저, 그다음이 담보채권자, 그다음이 일반 채권자, 마지막에 주주가 옵니다. 이 순서가 회사채를 주식보다 한 단계 안전한 자리에 놓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 대신 회사가 잘 풀려도 채권자는 약속한 이자와 원금까지만 받지, 주가가 두 배 오르는 식의 상승은 누리지 못해요.
장기 수익률 그림에서도 이 갈래가 그대로 보입니다. 미국 시장 1928~2024 기준 연환산 총수익은 주식 약 9.7% vs 장기국채 약 4.6%로 두 배가량 차이 나는 반면, 1년 변동성은 주식 16~20% vs 장기국채 6~8%로 약 3분의 1 수준이에요. 그래서 입문자에게 자주 권장되는 60·40 포트폴리오가 의미를 가집니다 — 주식 60%로 장기 성장을 잡고, 채권 40%로 흔들림을 누르는 조합이죠. 두 자산을 어떻게 섞을지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주식 vs 채권 비교 를 같이 읽으면 자산배분의 출발점이 한층 명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