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클린에너지를 한 바구니에 담으면
ICLN이 담는 회사들은 대략 네 갈래로 나뉩니다. 태양광 패널이나 인버터를 만드는 쪽, 풍력 터빈을 세우는 쪽, 수소처럼 아직 초기 단계인 기술을 다루는 쪽, 그리고 그렇게 만든 설비로 실제 전기를 생산해 파는 재생에너지 유틸리티가 있어요. 앞의 셋이 장비를 만든다면 마지막은 그 장비를 굴려 돈을 버는 사업자입니다.
구성 종목의 국적이 넓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덴마크의 풍력 회사 베스타스와 오르스테드, 스페인의 전력 회사 이베르드롤라가 미국의 퍼스트솔라·엔페이즈와 함께 들어 있거든요. 재생에너지는 유럽이 먼저 밀고 나간 분야라 미국 밖 비중이 큰데, 일본·유럽 기업을 고루 담던 AI·로봇 ETF BOTZ와 비슷한 결입니다.
2. 2020년, 돈이 한꺼번에 몰렸다
2020년은 이 분야에 유례없이 돈이 밀려든 해였습니다. 각국이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책에 친환경 투자를 얹었고, 금리는 바닥에 가까웠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환경을 고려한 투자가 하나의 기준처럼 자리 잡던 참이었어요. 클린에너지는 그 모든 흐름이 만나는 지점에 있었고, ICLN의 자산은 짧은 기간에 열 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아이셰어스 운용자산 공시 기준).
하나의 이야기에 자금이 이렇게 쏠리는 일 자체는 시장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도 결국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맞는 말에서 출발했으니까요. 다만 ICLN에서 특별했던 건 그다음에 벌어진 일입니다. 돈이 몰린 결과가 주가에만 나타난 게 아니라, 상품의 설계 자체를 흔들어 놓았거든요.
3. 너무 커져서 자기 지수를 흔들었다
ETF는 돈이 들어오면 그만큼 지수에 담긴 종목을 정해진 비중대로 사들입니다. 여기까지는 기계적인 일이에요. 문제는 당시 ICLN이 따르던 지수에 담긴 종목이 서른 개 남짓뿐이었고, 그중 상당수가 그리 크지 않은 회사였다는 데 있었습니다. 밀려드는 돈으로 그 작은 회사들을 계속 사들이다 보니, 어느 순간 ICLN 하나가 특정 종목의 유통 주식 가운데 무시하기 어려운 몫을 쥐게 됐어요.
이렇게 되면 지수를 따라간다는 전제 자체가 헐거워집니다. ETF가 사려고 하면 그 종목 값이 올라가고 팔려고 하면 내려가니, 시장을 그대로 비추는 게 아니라 시장을 움직이는 쪽이 되어 버립니다. 결국 지수를 만드는 S&P가 2021년에 규칙을 손봤습니다. 담는 종목을 서른 개 남짓에서 백 개 가까이로 늘려, 한 곳에 쏠리던 힘을 여러 종목으로 흩뜨리는 방향이었어요.
이 대목은 패시브 상품에 대한 우리 감각을 조금 흔듭니다.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니 사람의 판단이 없다고 여기기 쉽지만, 그 지수를 어떻게 만들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고칠지는 결국 사람이 정해요. 패시브와 액티브의 경계가 생각만큼 또렷하지 않다는 걸 ICLN은 제법 극적인 방식으로 보여 준 셈입니다.
4. 금리가 오르자 드러난 것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특유의 리듬이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소든 해상 풍력 단지든 먼저 큰돈을 들여 지어야 하고, 그 돈은 대개 빌려서 마련해요. 회수는 그 뒤로 이십 년, 삼십 년에 걸쳐 전기를 팔며 조금씩 이뤄집니다. 앞에 큰 지출이 있고 뒤에 긴 회수가 따라오는 구조인 거죠.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이 분야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눌립니다. 빌린 돈에 붙는 이자가 무거워지고, 먼 미래에 들어올 돈을 오늘 값으로 따지면 그 값이 줄어듭니다. 2022년 이후 금리가 빠르게 오르던 구간에서 클린에너지가 유독 크게 밀렸던 배경에는 이런 구조가 있어요. 친환경 정책이 후퇴해서라기보다, 사업의 셈법이 금리에 예민하게 짜여 있어서입니다.
비용 쪽을 보면 ICLN의 보수는 연 0.41%로 테마 상품치고는 낮은 편입니다 (아이셰어스 공식 기준). 앞서 다룬 2차전지 ETF LIT의 0.75%나 전기차·자율주행 ETF DRIV의 0.68%와 견주면 차이가 제법 뚜렷하죠. 대신 담긴 회사 상당수가 덴마크·스페인에 상장돼 있다는 점은 따로 짚어 둘 만합니다. 유로화와 크로네의 움직임이 수익률에 한 겹 더 얹히고, 거래 시간대가 어긋나는 탓에 지수와 값이 벌어지는 추적오차 폭도 미국 종목 위주 상품보다 커지니까요.
인기가 상품을 바꾼다
ICLN을 따라오다 보면 클린에너지의 전망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ETF를 고정된 그릇처럼 생각해요. 지수가 정해져 있고 상품은 그걸 담기만 한다고요. 그런데 그릇이 담을 내용물에 비해 지나치게 커지면, 결국 그릇 모양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ICLN에게 2021년이 바로 그런 해였습니다.
이 일은 좁은 테마일수록 잘 생깁니다. 담을 회사는 몇십 개뿐인데 들어오는 돈에는 한계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좁은 테마에서는 상품의 덩치와 담을 대상의 덩치가 서로를 밀어내는 관계가 됩니다. 잘 팔리는 것이 잘 담기는 것을 방해하는, 조금 얄궂은 구조인 셈이죠. 유행이 몰려올 때 값이 오르는 건 눈에 잘 띄지만, 그 유행이 상품의 뼈대까지 바꿔 놓는 일은 지수 방법론 공지 안에 조용히 적히고 지나갑니다. ICLN은 그 조용한 기록을 남긴 흔치 않은 상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