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후 설계에서 상속세가 빠지기 어려운 이유
국민연금·퇴직연금·연금저축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는데, 정작 그 재산이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 세금이 얼마나 빠지는지는 많은 분이 뒤늦게 파악합니다. 한국의 상속세는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이 남긴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에요. 상속인 개개인이 받은 몫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총 재산을 놓고 세금을 먼저 계산한 뒤, 그 세금을 상속인들이 나눠 내는 구조입니다.
2023년 기준 전체 사망자 약 29만 명 가운데 상속세 과세 대상은 약 2만 명 — 비율로 따지면 6~7% 정도입니다. 상위 1%가 전체 상속세의 64%를 납부하고 있어서, 대다수에게는 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부동산 한 채에 금융자산을 더하면 10억 원이 넘는 가구가 드물지 않은 시대이고, 무엇보다 상속세를 제대로 모르면 쓸 수 있는 공제를 놓쳐 수천만 원을 더 낼 수도 있기 때문에 구조를 한 번쯤은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종합소득세처럼 매년 반복되는 세금은 아니지만, 한 번의 신고가 수천만 원 단위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무게가 더 크다고 볼 수도 있어요.
2. 세율 — 10%에서 40%까지, 2025년 개편 이후
상속세율은 과세표준(상속재산 총액에서 공제를 뺀 금액)에 따라 단계별로 올라가는 누진 구조입니다. 2024년까지는 최고세율이 50%(30억 초과 구간)였는데, 2025년 12월 국회 의결을 거쳐 큰 틀이 바뀌었어요. 30억 초과 구간이 아예 사라지고, 최고세율이 40%로 내려갔습니다. 최저세율 10%가 적용되는 구간도 1억 이하에서 2억 이하로 넓어졌고요.
바뀐 세율을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과세표준 2억 원까지는 10%, 2억 초과~5억은 20%(누진공제 2,000만 원), 5억 초과~10억은 30%(누진공제 7,000만 원), 10억을 넘으면 40%(누진공제 1억 7,000만 원)입니다. 예전 50% 구간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30억 이상 상속에서는 세금이 수억 원 단위로 줄었어요. 다만 누진 구조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니라서,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실효세율이 꽤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3. 공제의 큰 그림 — 일괄 5억과 배우자 5~30억
상속세에서 진짜 중요한 건 세율보다 공제예요. 세율이 아무리 높아도 공제 안에 들어오면 세금 자체가 0이니까요. 한국 상속세 공제의 뼈대는 크게 두 줄기입니다.
하나는 「일괄공제 5억 원」. 기초공제 2억에 인적공제(자녀·미성년자·65세 이상·장애인 등)를 더한 합산액과 일괄 5억 중 큰 쪽을 택하는 건데, 인적공제를 다 합쳐도 5억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무에서는 거의 일괄공제를 씁니다.
또 하나는 「배우자공제」로,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만큼 공제해 주되 최소 5억 원은 보장하고 상한은 법정상속분 한도와 30억 원 중 적은 금액이에요. 그래서 배우자가 살아 계시면 일괄공제 5억 + 배우자공제 최소 5억 = 최소 10억 원이 빠지고, 이게 바로 "배우자 있으면 10억까지 상속세 없다"는 말의 뿌리입니다. 물론 배우자가 상속을 포기하면 배우자공제를 못 쓰니 주의해야 해요.
4. 자녀공제 1인당 5억 — 27년 만에 바뀐 무게
2025년 개편에서 세율 인하만큼이나 큰 변화가 자녀공제입니다. 기존에는 자녀 1인당 5천만 원이었는데, 이게 5억 원으로 열 배가 됐어요. 1999년에 처음 정해진 뒤 27년 동안 한 번도 손대지 않았던 금액이 드디어 현실을 따라잡은 셈입니다. 자녀가 둘이면 추가 공제 10억, 셋이면 15억이 더 빠지니까, 배우자공제·일괄공제와 합치면 꽤 넉넉해져요.
예를 들어 배우자 1명 + 자녀 2명인 가구라면 일괄공제 5억 + 배우자공제 최소 5억 + 자녀공제 10억 = 최소 20억 원까지 비과세가 가능합니다. 예전 기준(자녀공제 1인당 5천만)이었으면 10억 1천만 원이었을 테니, 거의 두 배로 넓어진 거예요. 다만 이 혜택은 2025년 1월 1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건부터 적용되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5. 신고 기한 6개월 — 놓치면 가산세 20%
상속세 신고 기한은 상속개시일(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입니다. 예를 들어 3월 15일에 돌아가셨다면, 3월 말일인 3월 31일에서 6개월 뒤인 9월 30일까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면 돼요.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9개월로 늘어납니다.
기한 안에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3%를 깎아 주는 「신고세액공제」가 있어요. 반대로 기한을 넘기면 무신고 가산세 20%(의도적 탈루로 판정되면 40%)가 붙습니다. 상속이 발생하면 가족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인 건 분명하지만, 6개월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거든요. 재산 목록 정리와 국민연금 유족급여 수령 절차를 병행하면서, 상속세 신고 일정도 함께 챙기는 게 좋습니다.
참고로 2025년 3월 정부가 발표한 「유산취득세 전환」 개편안도 알아 두면 좋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분의 총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인데, 이걸 상속인 각자가 받은 몫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이에요. 2028년 시행을 목표로 국회에 법안이 올라가 있어서, 만약 통과되면 상속세 계산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지금 당장의 세금 계산에는 영향이 없지만, 장기 노후 설계에서는 과거 금융 위기가 제도 변화를 촉발한 것처럼 이 제도 전환도 시야에 넣어 둘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