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 Crisis 03

2008 글로벌 금융위기 — 서브프라임의 폭발과 리먼 9월의 18개월

2008년 9월 15일 새벽 1시 45분, 뉴욕 맨해튼 7th Avenue 745번지에 있던 158년 된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챕터 11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부채 6,130억 달러였어요. 그 하룻밤은 2007년 8월 BNP Paribas 가 펀드 세 개의 환매를 멈추면서 시작된 18개월의 균열이 마침내 시스템 한복판에서 터진 순간이었고, 그 뒤 5개월 동안 S&P 500 은 다시 절반 가까이 더 빠져 내렸습니다.

기초 · 12분 읽기 · 글로벌 금융위기 카테고리 03

1. 발화점 — 서브프라임 대출과 증권화의 구조

위기의 씨앗은 2000년대 초반 미국 주택시장에서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직후 미국 Fed 가 정책금리를 6.5% 에서 1.0% 까지 끌어내리면서 주택 모기지 금리가 역사적 저점에 근접했고, 같은 시기 자산가격 회복이 절실했던 미국 정책 환경에서 주택 보유율을 끌어올리는 모기지 정책이 한 축을 이뤘어요. 그 결과 미국 주택가격을 추적하는 S&P/Case-Shiller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2000년 100 정도에서 2006년 1분기 198 까지 6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1987년부터 1999년까지 연평균 3% 대로 천천히 오르던 곡선이 갑자기 가파르게 꺾여 올라간 거예요. 이 가속이 직전의 닷컴 시기 자산 인플레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닷컴 버블 2000 — NASDAQ 5,048 정점과 78% 추락의 5년 의 마지막 부분과 함께 두고 보면 한 흐름으로 잡힙니다.

이 상승 국면에서 새로 등장한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라고 불리는 신용도 낮은 차입자용 주택대출이었습니다. FICO 신용점수 620 미만 차입자에게도 대출을 내주는 상품이었고, 2003년 미국 전체 모기지 신규 발행에서 8% 정도이던 비중이 2006년에는 20% 를 넘겼어요. 같은 시기 「Alt-A」 라고 불리는 중간 등급, 그리고 소득·자산 증빙을 거의 받지 않는 「Stated Income」 또는 속칭 「NINJA(No Income, No Job, no Assets) 대출」 까지 함께 늘어나면서 발행 단계의 신용 검증이 사실상 비어 가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FCIC(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 가 2011년 의회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는 이 시기 신규 모기지 가운데 상당 부분이 차입자가 갚을 능력이 처음부터 부족한 상태에서 발행됐다고 정리하고 있어요.

대출의 신용 검증이 약해진 이유는 단순합니다. 발행한 은행이 그 대출을 끝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모기지 회사가 발행한 대출 묶음을 투자은행이 모아 「주택저당증권(MBS)」 으로 묶어 팔고, 그 MBS 를 다시 묶어 「부채담보부증권(CDO)」 으로 재증권화한 뒤 전 세계 연기금·은행·헤지펀드에 매도하는 「originate-to-distribute」 모델이 표준이 됐기 때문이에요. 신용평가사 무디스·S&P·Fitch 는 이 CDO 의 상위 트랜치(senior tranche) 에 AAA 등급을 부여했고, 시장은 그 등급을 미국 국채와 비슷한 안전자산으로 받아들였어요. 결과적으로 발행자는 신용 위험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CDS(Credit Default Swap) 같은 보험 계약으로 위험을 다시 한 번 다른 보험사에 넘기는 다층 구조가 돈의 흐름이 빨라질수록 더 두꺼워졌습니다.

2007.8 ~ 2009.3 — 18개월 도미노 타임라인 2007.8 ~ 2009.3 — 18개월 도미노 타임라인 출처: Federal Reserve History · FCIC Report (2011) · FHFA · NBER · BIS 2007.8 2008.3 2008.9.7 2008.9.15 2008.9.16 2008.10.3 2009.3 BNP Paribas 펀드 3개 동결 Bear Stearns JPM $2/주 Fannie/Freddie Conservatorship Lehman Ch.11 $6,130억 부채 AIG 구제 $850억 융자 TARP 통과 $7,000억 S&P 666 저점 3월 6일
발화 → 균열 → 정점(9월) → 정책 대응 → 시장 저점의 5단계로 압축됩니다. 중심 정점은 2008년 9월 7일~16일 열흘에 몰려 있어요.

2. 첫 신호 — 2007년 8월 BNP Paribas 와 2008년 3월 Bear Stearns

표면적인 위기 인식이 시장을 흔들기 시작한 첫 번째 신호는 2007년 8월 9일 새벽이었습니다. 프랑스 BNP Paribas 가 자사 운용 펀드 세 개에서 환매를 일시 정지한다고 발표한 거예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 펀드가 보유한 미국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의 시장 가격을 산정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래가 마비되면서 어제까지 100 이라고 평가하던 자산이 오늘은 얼마인지를 호가할 매수자가 사라진 거예요.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 은 단일 거래일 기준 2001년 9·11 이후 최대 규모인 948억 유로를 단기 자금시장에 긴급 공급하며 대응했고, Fed 도 같은 날 240억 달러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단행했습니다. 이 8월 9일이 사실상 글로벌 금융위기의 첫 날로 기록되는 날입니다.

그 후 약 7개월간 위기는 잠복기에 들어갑니다. 2007년 가을 미국 주택가격은 본격적으로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모기지 발행 기관들이 하나씩 파산하거나 매각됐어요. 그러다 2008년 3월 14일 금요일,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 스턴스(Bear Stearns) 의 주가가 단 하루에 47% 폭락하면서 균열이 표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단기 환매시장에서 자금이 끊긴 상황이라 주말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어요. 3월 16일 일요일 밤, JPMorgan Chase 가 베어 스턴스를 인수한다는 합의가 발표됐는데 가격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주에 단 2달러였어요. 직전 금요일 종가 30 달러에서 93% 가 잘려 나간 가격이고, 1년 전 베어 스턴스 주가가 170 달러를 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떨어진 폭이 더 두드러집니다.

이 인수에서 결정적인 부분은 Fed 의 역할이었어요. 베어 스턴스 자산 중 가장 부실한 290억 달러 규모를 떠안기 위해 Fed 가 JPMorgan 에 최대 300억 달러를 융자했고, 이 자금이 Maiden Lane LLC 라는 별도 법인으로 옮겨졌습니다. 1주일 뒤인 3월 24일 인수가는 한 주 10 달러로 상향 조정됐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인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거래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어요. 베어 스턴스 사례가 던진 메시지는 둘이었습니다 — 첫째, 미국 대형 투자은행도 며칠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 둘째, 정부가 끼지 않으면 그 무너짐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시장은 일단 안도했지만 그 안도가 5개월 뒤 9월에 정반대로 뒤집힐 거라는 점은 그 시점엔 누구도 정확히 보지 못했습니다.

3. 2008년 9월의 열흘 — Fannie/Freddie · Lehman · AIG

위기의 심장은 2008년 9월 7일부터 9월 16일까지의 열흘이었습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미국 주택금융의 두 거인, 미국 4위 투자은행, 그리고 세계 최대 보험사가 차례로 무너지거나 정부 통제로 들어갔어요. 첫 번째는 2008년 9월 7일 일요일이었습니다. 미국 주택금융청(FHFA) 이 패니메이(Fannie Mae) 와 프레디맥(Freddie Mac) 두 정부지원기업(GSE) 을 conservatorship(법정관리에 가까운 보호관리) 에 넣는다고 공식 발표했어요. 두 회사는 미국 전체 모기지의 약 절반을 보증하거나 보유한 핵심 인프라였고, FHFA 가 이사회·경영권을 모두 장악했으며, 미국 재무부는 두 회사 각각에 1,000억 달러 한도의 우선주 매입 약정(SPSPA) 을 체결해 자본을 직접 투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1주일 뒤인 9월 12일 금요일 오후, 리먼 브라더스 주가가 14달러에서 4달러대로 추락하며 환매시장에서 자금 통로가 닫히기 시작했어요. 그날 저녁부터 주말 내내 뉴욕 연방준비은행 본부에서 재무장관 헨리 폴슨, Fed 의장 벤 버냉키, 뉴욕 Fed 총재 티머시 가이트너 주재로 월가 주요 투자은행 CEO 들이 모여 민간 부문 인수자를 찾는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도 산업은행이 인수 협상에 참여했다 발을 빼는 일이 있었던 그 시점이에요. 일요일 저녁까지도 합의가 만들어지지 못했고, 9월 15일 월요일 새벽 1시 45분 리먼은 챕터 11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부채 6,130억 달러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고, 발표 당일 다우 지수는 -4.4% 빠지며 9·11 이후 최대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어요. Federal Reserve History 의 정리에 따르면, Fed 도 다른 어떤 기관도 자본을 투입하거나 무담보 보증을 제공할 법적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리먼의 파산을 막을 수단이 사실상 없었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리먼이 무너진 다음 날, 9월 16일 화요일에는 세계 최대 보험사 AIG 가 같은 절벽으로 밀려 갔어요. AIG 의 자회사 AIG Financial Products 가 모기지 관련 CDO 에 대해 발행한 CDS 잔액이 약 4,400억 달러에 달했고, 그 보증을 받는 거래상대들이 동시에 담보 추가 납부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 직접 도화선이었습니다. AIG 자체가 무너지면 그 보증에 묶여 있던 글로벌 은행들의 자본 적정성이 한순간에 깨질 수 있다는 시스템 위험이 분명했어요. 같은 날 저녁 Fed 이사회는 뉴욕 Fed 가 AIG 에 최대 850억 달러를 빌려 줄 수 있도록 승인했고, 그 대가로 정부는 AIG 지분 79.9% 를 받는 워런트를 확보했습니다. 이 850억 달러는 시작이었을 뿐 그 뒤 10월 8일과 11월 10일의 추가 조치를 통해 누적 약 1,820억 달러까지 불어나게 됩니다. 같은 시점의 시장 변동성이 어떤 모양이었는지는 변동성이란 무엇인가 — 가격 흔들림의 표준편차로 읽는 시장변동성 골격과 함께 두고 보면 더 분명해져요.

S&P 500 — 2007.10 정점 1,565 → 2009.3 저점 666 S&P 500 — 2007.10 정점 1,565 → 2009.3 저점 666 (-57%) 출처: S&P Dow Jones · Wikipedia "United States bear market of 2007–2009" 1,600 1,200 800 400 1,565.15 2007.10.9 리먼 9.15 2008.9 666.79 2009.3.6 2009.12
17개월 동안 S&P 500 은 1,565.15 → 666.79 로 -57% 빠졌어요. 정점에서 저점까지의 낙폭은 1929 대공황 이후 최대였습니다.

4. 정책 대응 — TARP 7,000억 달러와 Fed 5.25%→0.25%

9월 16일 AIG 구제 다음 날부터 미국 의회·재무부·Fed 는 시스템 단위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9월 19일 금요일 폴슨 재무장관은 의회에 대형 프로그램 입법을 요청했어요. 본문 3쪽짜리 초안에 7,000억 달러를 재무부 재량으로 사용해 부실 자산을 매입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고, 뉴스 헤드라인은 「3 페이지 7,000억」 이라는 형태로 받아들였습니다. 1차 표결이 있던 9월 29일 월요일, 미국 하원이 이 법안을 228 대 205 로 부결시키면서 그날 다우는 단일 거래일 -7.0% 가 빠졌어요. 표결 결과 발표 후 약 2시간 만에 시가총액으로 약 1.2조 달러가 증발한 셈이에요.

나흘 뒤인 2008년 10월 3일 금요일, 수정 법안이 하원에서 263 대 171 로 통과됐고 같은 날 부시 대통령이 「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 에 서명했습니다.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TARP)」 이라는 7,000억 달러 자금이 공식적으로 출범한 순간이고, 이 법안은 통과 직후부터 「자본 주입(Capital Purchase Program)」 으로 활용 방침이 변경됐어요. 즉 부실 자산을 매입하는 대신 9개 대형 은행에 직접 자본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전환됐고, 10월 14일 폴슨이 9개 은행 CEO 를 재무부에 모아 우선주 매입을 사실상 강제로 받아들이게 한 회의는 위기 대응의 상징적 장면이 됐습니다. 자본 주입 누적 규모는 약 2,500억 달러였고, 그 가운데 많은 부분이 2010~2013년 사이에 정부에 회수됐어요.

같은 시기 Fed 의 통화정책 완화 속도도 가팔랐습니다. 2007년 8월 5.25% 였던 정책금리는 2007년 12월 4.25%, 2008년 4월 2.0%, 2008년 9월 16일 시점 2.0% 까지 내려와 있었어요. 그러다 리먼 파산 이후 2008년 10월 8일 50bp 긴급 인하(7개국 중앙은행 공동 행동), 10월 29일 50bp 추가 인하, 12월 16일 일거에 75bp 인하해 0.00~0.25% 까지 내려갔습니다. 16개월 동안 5.00%p 가 빠진 거예요. 0.00~0.25% 라는 「effective lower bound」 는 2008년 12월 이후 2015년 12월까지 7년 가까이 유지되며 미국이 「제로금리 시대」 라고 부른 환경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정책 금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Fed 는 같은 달부터 「Quantitative Easing(양적완화)」 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어요.

5. 자국 — 실업률 10%, 주택가격 -27%, 그리고 「잃어버린 10년」

금융 시스템이 정책 대응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도 실물 경제가 받는 충격은 한참 더 길게 이어졌습니다. NBER(전미경제연구소) 의 공식 경기순환 위원회는 미국 경기침체 시작 시점을 2007년 12월, 종료 시점을 2009년 6월로 판정했어요. 18개월짜리 침체로 2차 대전 이후 가장 길었습니다. 실업률은 2007년 5월 4.4% 의 저점에서 2009년 10월 10.0% 의 정점까지 5.6%p 가 올라갔고, 같은 기간 미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누적 880만 명에 달했습니다. 10% 라는 숫자는 1982~1983년 폴 볼커 디스인플레 침체 이후 26년 만에 다시 나온 두 자릿수였어요.

주택시장은 더 늦게 그리고 더 깊게 빠졌습니다. S&P/Case-Shiller 전국 주택가격지수는 2006년 1분기 정점 198.01 에서 2012년 1분기 저점 134 까지 약 32% 가 빠졌고, 일부 지역(라스베이거스·피닉스·마이애미) 은 -50% 를 넘겼어요. 약 800만 가구가 차압(foreclosure) 절차를 밟았고, 같은 기간 마이너스 자기자본(mortgage 잔액 > 주택가격) 가구가 1,200만 가구를 넘긴 시점이 있었습니다. 차압 가구가 그대로 매물로 다시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을 한 번 더 밀어내리는 자기 강화적 흐름이 6년 가까이 이어진 결과예요.

주식시장 회복은 외형상 빨랐습니다. 2009년 3월 6일 666.79 까지 빠진 S&P 500 은 그 뒤 4년 6개월이 지난 2013년 3월 28일에 정점이었던 1,565 를 다시 넘었어요. 그러나 「잃어버린 10년」 이라는 표현이 살아남은 이유가 있습니다. 2000년 3월 닷컴 정점 이후 13년 동안 S&P 500 의 실질 수익률(인플레 차감) 은 거의 0 에 가까웠고, 자산을 다양하게 펼쳐 놓은 사람과 한 시점에 한 자산에 모두 넣은 사람의 결과 차이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벌어진 시기였어요. 한 자산이 정점일수록 다른 자산이 받쳐 주는 분산이 왜 본질적인 안전망인지를 가장 강하게 보여 준 시기인데, 그 골격은 분산투자의 기초 — 종목·자산군·지역 세 차원으로 나눠 담기 와 함께 두고 보면 한 흐름으로 잡힙니다.

Fed 정책금리 — 5.25% → 0.00~0.25% (2007.8 ~ 2008.12) Fed 정책금리 — 16개월간 5.00%p 인하 출처: Federal Reserve "Open Market Operations" · FRED FEDFUNDS 5.25% 3.50% 1.75% 0.00% 5.25% 2007.8 4.25% 2007.12 2.00% 2008.4 2.00% 2008.9 0.00~0.25% 2008.12
2007년 8월 5.25% 에서 시작된 인하 사이클은 2008년 12월 16일 75bp 점프 인하로 사실상 0% 에 도달합니다. 이후 2015년 12월까지 7년간 같은 자리에 머물렀어요.

6. 사이클 학습에서 본 의미 — 시스템 레버리지의 첫 글로벌 사례

2008 위기가 사이클 학습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두 갈래로 정리됩니다. 첫째, 한 자산군의 가격 상승이 어떻게 글로벌 시스템 단위 위험으로 옮겨 가는가의 첫 본격 사례라는 점이에요. 1929 대공황은 미국 주식·은행 시스템에서 시작해 글로벌로 번졌지만, 2008 은 미국 주택대출이 증권화 사슬을 타고 전 세계 연기금·은행·헤지펀드의 대차대조표 안으로 들어가 있던 상태에서 터진 사건이었습니다. 동일 자산이 동시에 여러 기관의 자본 적정성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손실이 인식되는 순간 같은 자산을 가진 다른 모든 기관에서 동시에 자본 부족이 발생했어요. 같은 자본 위기가 어떻게 지수에 누적 87% 의 낙폭으로 옮겨 갔는지를 비교해 두면 대공황 1929 — 자본주의 첫 대형 붕괴와 4년의 추락 의 패턴이 한 시대 위에 겹쳐 보입니다.

둘째, 정책 대응의 속도와 강도가 위기 결과를 결정한 사례라는 점입니다. 1929~1933 의 4년 추락은 Fed 가 통화량을 약 30% 가까이 수축시킨 정책 실수가 결정적 역할을 했고, Milton Friedman·Anna Schwartz 의 「A Monetary History」 가 그 핵심을 정리해 둔 것은 잘 알려져 있어요. 2008 시점 Fed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그 연구를 자기 학문적 출발점으로 삼은 사람이었고, 2008 의 대응은 사실상 그 연구의 정반대 방향이었습니다. 금리 16개월에 5%p 인하·TARP 7,000억 달러·QE 자산 매입·G20 단위 글로벌 정책 공조 — 이 네 축이 동시에 가동되며 침체를 18개월 안에 끝냈어요. 1929 의 4년과 2008 의 1년 반이 보여 주는 차이의 핵심은 위기의 크기보다 정책 반응의 속도였다는 평가가 학계 주류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2008 의 그림자는 길었습니다. 2010 년 미국 의회는 Dodd-Frank Act 를 통해 대형 금융기관 자본·유동성 규제를 한 단계 강화했고, 글로벌 은행감독 차원에서는 Basel III 합의(2010 발표·2013 단계 시행) 가 자본 비율 기준을 끌어올렸어요. 「too big to fail」, 「시스템 리스크」, 「매크로 건전성 규제」 같은 표현이 정책 표준 어휘로 자리잡은 것도 이 시기 이후예요. 그 큰 배경 흐름은 매크로 경제 개요 — 금리·환율·물가·고용이 자산가격을 흔드는 통로 와 함께 두고 보면 한 호흡에 잡힙니다.

한 가지 더 남기고 싶은 자리는 사이클의 자기 강화 구조입니다. 2003~2006 의 호황 국면에 누적된 신용 팽창이 2007~2009 의 수축 국면에 한꺼번에 정리되는 경기순환의 정형화된 그림은, NBER 의 침체 정의에서도 그대로 확인돼요. 같은 골격은 경기순환 4국면 — 회복·확장·후퇴·수축, NBER 정의로 읽기 의 큰 그림과 같이 두고 보면 한 흐름으로 잡힙니다. 이 글이 글로벌 금융위기 카테고리의 세 번째 글이라 큰 그림 위주로 한 번 깔아 두었고, 다음 글들에서는 같은 카테고리 안의 코로나 크래시·블랙 먼데이·LTCM 같은 다른 사례를 단계마다 더 깊게 이어 갑니다. 한 위기가 다른 위기의 거울이 되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 두려고 해요.

7. 출처

  • Federal Reserve History · "The Great Recession" (2007–09 essay)
  • Federal Reserve History · "Support for Specific Institutions" (Bear Stearns·AIG)
  • Federal Reserve Board · 2008.9.16 Press Release "Authorizes the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to lend up to $85 billion to AIG"
  • Federal Reserve Board · 2008.11.10 Press Release "Restructuring of financial support to AIG"
  • 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FCIC) · "The Financial Crisis Inquiry Report" (2011)
  • FHFA · "History of Fannie Mae and Freddie Mac Conservatorships"
  • U.S. Treasury · "About TARP" / Senior Preferred Stock Purchase Agreements
  • Bureau of Labor Statistics · "The Recession of 2007-2009 — Spotlight on Statistics"
  • BLS · "Unemployment in October 2009"
  • NBER · Business Cycle Dating Committee 2010.9.20 "Determination of the December 2007 Peak in Economic Activity" / 2010 "Determination of the June 2009 Trough"
  • S&P Dow Jones Indices · "S&P 500" historical close (1,565.15 / 666.79)
  • S&P CoreLogic Case-Shiller U.S. National Home Price Index (FRED CSUSHPINSA)
  • Federal Reserve "Open Market Operations" historical FOMC actions table
  • BIS Annual Report 2008/09 /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09
  • Wikipedia 1차 자료 정리 · "2008 financial crisis" / "Bankruptcy of Lehman Brothers" / "Federal takeover of Fannie Mae and Freddie Mac" / "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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