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기 보유자(LTH)란 — 155일의 경계
장기 보유자(Long-Term Holder, LTH)는 비트코인 을 약 155일(다섯 달) 넘게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보유한 주체를 가리킵니다. 반대로 155일이 안 된 코인을 든 쪽은 단기 보유자(Short-Term Holder, STH)입니다. 왜 하필 155일일까요. 온체인 분석 으로 보면, 코인이 한곳에 155일쯤 머물면 그 뒤로 다시 팔릴 확률이 통계적으로 뚝 떨어집니다. 즉 155일은 '흔들리는 손' 과 '확신 있는 손' 을 가르는 경험적 분기점입니다.
그래서 LTH 공급량 — 장기 보유자가 쥐고 있는 코인의 총량 — 은 시장에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확신 자금' 의 규모로 읽힙니다. 이 숫자가 늘어난다는 건 코인이 단기 트레이더의 손에서 장기 보유자의 지갑으로 옮겨 가 잠든다는 뜻이고, 줄어든다는 건 반대로 오래 잠자던 코인이 깨어나 시장에 풀린다는 뜻입니다. 머니스쿱의 비트코인 4년 사이클 바닥 글에서 본 여러 신호 가운데, 이 '누가 쥐고 있는가' 가 가장 직접적인 수급의 단서입니다.
위 그림처럼 비트코인 공급의 대부분(대략 70~75%)은 늘 장기 보유자가 쥐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단기 보유자(STH)의 비중입니다. 강세장 천장 부근에서는 새 매수자가 몰리며 STH 비중이 부풀고, 약세장 바닥에서는 다들 버티거나 떠나며 STH 비중이 쪼그라듭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많을수록 천장이 가깝다" 는 오래된 직관이 공급 데이터로도 드러나는 셈입니다.
2. 반(反)사이클 — 바닥서 축적, 천장서 분산
LTH 공급의 진짜 쓸모는 가격과 거꾸로 움직인다 는 데 있습니다. 장기 보유자는 대체로 가격이 쌀 때 사 모으고, 비쌀 때 팔아 넘기는 역발상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LTH 공급 곡선을 가격 위에 겹쳐 보면 사이클의 수급 흐름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패턴은 이렇습니다. 약세장에서 가격이 무너질 때 장기 보유자는 오히려 코인을 사 모아 LTH 공급이 늘어납니다 — 이게 '축적' 이고, 바닥이 다져지는 신호입니다. 반대로 강세장에서 가격이 치솟으면 장기 보유자는 단기 보유자에게 비싸게 넘겨 LTH 공급이 줄어듭니다 — 이게 '분산' 이고, 천장이 가까워지는 경계입니다. 2018·2022년 바닥 부근에서 LTH 공급이 가파르게 늘었고, 2021·2025년 고점 부근에서 줄어든 흐름이 그 전형입니다. 즉 "가격은 빠지는데 장기 보유자는 모은다" 는 약세장의 가장 든든한 바닥 신호 중 하나입니다.
3. 어떻게 보는가 — 분산과 축적의 신호
실전에서 LTH 공급은 방향 전환을 읽는 데 씁니다.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 LTH 공급이 뚜렷이 꺾여 내려가기 시작하면, 장기 보유자가 이익을 실현하며 물량을 푸는 분산 국면 — 사이클 후반·천장 경계로 봅니다. 반대로 가격이 빠지는데 LTH 공급이 꾸준히 늘면, 확신 자금이 들어오는 축적 국면 — 바닥이 만들어지는 자리로 봅니다.
2026년 현재는 LTH 공급이 다시 늘어나는 축적 쪽에 가깝습니다. 가격이 조정받는 동안 장기 보유자 물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쌓이고 있다는 건, 적어도 "장기 보유자들이 지금 가격대를 던질 자리로 보지 않는다" 는 신호로 읽을 만합니다. 다만 이건 수급의 한 단면일 뿐, 가격의 바닥 시점을 콕 집어 주지는 않습니다. MVRV 가 '얼마나 싼가' 를, LTH가 '누가 쥐고 있나' 를 보는 식으로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4. 한계 — 후행성과 추정 의존
LTH 지표도 약점이 분명합니다. 첫째, 후행 지표 입니다. 축적·분산은 한참 진행된 뒤에야 곡선으로 또렷해지는 경우가 많아, 실시간 타이밍 도구로 쓰기엔 둔합니다. 둘째, 기준과 집계가 추정 입니다. 155일이라는 경계도, 거래소·기관 보관 물량을 LTH로 볼지 말지도 데이터 제공사마다 처리가 달라 값이 조금씩 다릅니다.
셋째, 구조 변화 입니다. 현물 ETF가 보관하는 막대한 물량이 장기 보유로 잡히면서, 과거의 LTH 패턴이 그대로 반복된다는 보장이 줄었습니다. ETF가 들고 있는 코인은 '확신 있는 장기 보유' 일 수도, 자금이 빠지면 한꺼번에 풀릴 물량일 수도 있어 해석이 갈립니다. 이 글의 차트도 공개된 온체인 이력값을 바탕으로 한 대략치라는 점을 감안하고 흐름 위주로 봐야 합니다.
5. 실전에서 어떻게 쓰나
LTH는 다른 렌즈와 겹칠 때 가장 강합니다. 파워 로우 가 "장기 추세상 위치", MVRV 가 "밸류에이션상 위치" 를 본다면, LTH는 "수급·심리상 위치" 를 봅니다. 세 가지가 같은 방향 — 예컨대 파워 로우 저평가 + MVRV 저평가 + LTH 축적 — 을 가리킬 때, 바닥 가설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반대로 엇갈리면 어느 하나를 맹신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지표가 처음이라면 숫자보다 토대를 먼저 다지는 편이 안전합니다. 비트코인의 작동 원리 와 반감기 사이클을 이해하면, '155일 넘게 안 움직인 코인' 같은 개념이 왜 측정 가능한지 — 블록체인이 모든 코인의 이동 시점을 공개 기록하기 때문 — 가 또렷이 보입니다. 이것이 주식에는 없는 온체인 지표의 힘입니다.
6. 머니스쿱 의견
LTH 공급은 "확신 있는 돈이 지금 사 모으고 있나, 팔아 넘기고 있나" 를 보여 주는 수급의 나침반입니다 — 단, 방향을 가리킬 뿐 도착 시각을 알려 주진 않습니다. 가격이 빠지는데 장기 보유자가 모은다면 바닥 가설에 무게가 실리고, 가격이 오르는데 그들이 판다면 천장을 경계해야 합니다. 2026년 현재는 축적 쪽에 가까운 그림입니다.
그래서 두 가지만 새기면 됩니다. 첫째, 축적·분산은 추세 확인용이지 정확한 매매 타이밍이 아니다 — 후행성을 인정하고 본다. 둘째, LTH 하나가 아니라 파워 로우·MVRV·거시가 같은 곳을 가리킬 때만 신뢰를 더한다. 장기 보유자의 행동은 강력한 단서지만, ETF 시대엔 그 물량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도 함께 의심해야 합니다.
온체인·지표 시리즈는 이어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채굴자의 경제와 네트워크 보안을 보는 해시레이트·Puell Multiple을 같은 원칙으로 —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못 보여 주는지까지 — 해부하겠습니다. 가격 추세, 밸류에이션, 수급, 그리고 채굴자까지. 한 지표가 아니라 여러 렌즈를 겹쳐 읽는 눈이, 광기와 공포 사이에서 좌표를 잃지 않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