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분석 · Volatility 102

역사적 변동성(HV) — 과거 데이터로 흔들림을 재는 법

앞 글에서 변동성이 "흔들림의 폭"이라는 개념까지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 실제로 적용하려면 그 흔들림을 어떻게든 숫자로 박제해야 합니다.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먼저 익히는 방법이 바로 역사적 변동성(Historical Volatility, HV) — 어제까지의 가격 데이터에서 표준편차를 뽑아 연 단위로 환산한 값입니다. 이 글에서는 HV가 만들어지는 4단계, 왜 √252라는 약속이 등장하는지, 그리고 같은 20%라도 종목에 따라 의미가 정반대일 수 있는 이유를 차근차근 정리합니다.

기초 · 7분 읽기 · 변동성분석 카테고리 02

1. HV는 결국 "과거 표준편차의 연환산"

역사적 변동성을 한 줄로 정의하면, 일정 기간 동안의 일일 수익률 표준편차를 1년 단위로 환산한 값입니다. 우리가 이전 글에서 다룬 변동성 개념이 "가격이 평균 주변에서 얼마나 벌어지는가" 였다면, HV는 그 개념을 실제 종목·실제 기간에 대고 계산기를 돌려본 결과인 셈입니다.

보통 차트 툴에서 "HV(20)"이라고 적혀 있으면 최근 20거래일의 일일 수익률로 계산한 값, "HV(60)"이라면 60거래일짜리를 의미합니다. 기간이 짧을수록 최근 시장 분위기를 민감하게 반영하고, 길수록 잡음이 줄지만 둔하게 움직입니다 — 이 점은 이동평균선의 단기·장기 차이와 거의 같은 감각으로 보면 됩니다.

2. 계산이 4단계로 끝나는 이유

공식은 무겁게 보여도, 작업 자체는 단순합니다. 엑셀에서 종가 한 줄만 있으면 4분 안에 만들 수 있는 정도예요.

① 종가에서 일일 수익률을 뽑습니다. 보통 단순 변화율 (오늘 / 어제 − 1) 을 쓰거나, 정밀 계산을 위해 로그 수익률 ln(오늘/어제) 를 씁니다. ② 이 수익률 시리즈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합니다 — 이 시점의 표준편차는 "하루 단위"의 흔들림입니다. ③ 이 일일 표준편차에 √252를 곱해 연 단위로 환산합니다. ④ 마지막으로 100을 곱해 % 로 표기하면 그게 바로 우리가 평소 말하는 "HV가 18% 수준"이라는 숫자입니다.

평균 ≈ 0% +1σ −1σ +2σ −2σ 최근 거래일의 일일 수익률 분포 — ±1σ 안에 약 68% 가 들어옴 시간 → (한 점 = 하루)
그림 1 — 일일 수익률을 시간순으로 점으로 찍은 모습. 정규분포 가정 아래 ±1σ 띠 안에 약 68%, ±2σ 안에 약 95%가 들어온다. HV는 이 σ 자체를 연 단위로 환산한 값이다.

3. √252는 어디서 오는가 — "거래일 수의 약속"

계산식에서 가장 의문이 드는 부분은 보통 √252 입니다. 왜 252이고, 왜 그냥 곱하지 않고 제곱근을 씌우는지가 직관적으로 잘 잡히지 않거든요. 우선 252는 미국 시장 기준 1년 평균 거래일 수입니다 — 주말·공휴일을 빼고 나면 매년 251~253일 사이라서 관행적으로 252로 굳었습니다(한국·유럽은 240~248 정도라 자료에 따라 245나 250을 쓰기도 합니다).

제곱근이 들어오는 이유는 통계의 기본 성질 때문입니다. 서로 독립인 일일 수익률을 더해 갈 때, 합산된 분산은 시간(일수)에 비례해 커지지만, 표준편차는 그 제곱근으로만 커집니다. 그래서 1일 표준편차를 1년치로 옮기려면 1을 곱하는 게 아니라 √(거래일 수)를 곱해야 맞습니다. "흔들림이 매일 더해지긴 하는데, 방향이 들쭉날쭉이라 단순 합보다 느리게 커진다" — 라고 말로 풀면 이게 어색하지 않게 들립니다.

한 줄 감각. 일일 표준편차가 1.0% 라면, 연환산 HV ≈ 1.0% × √252 ≈ 15.9%. 실제 S&P 500 지수의 평년치가 대략 12~20% 사이를 오가는 것은 이 계산이 그대로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4. "20%면 높은가요?" — 절대값 대신 자기 자신과 비교

HV를 처음 보면 가장 헷갈리는 게 "이 숫자가 높은 건가, 낮은 건가" 라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HV는 종목·자산군마다 평년 레인지가 너무 달라 절대값으로 평가하면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대형주 지수와 단일 성장주, 그리고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은 사는 시장 자체가 다릅니다.

0% 20 40 60 80 100% S&P 500 지수 평년 12~20% 코스피 평년 15~25% 단일 대형주 평년 25~40% 성장주·테마주 평년 40~70% . 자산군별 평년 HV 레인지 — "20%"의 의미는 위치마다 다르다
그림 2 — 자산군별 일반적인 연환산 HV 레인지. 막대는 시장에서 흔히 인용되는 평년치 범위를 표시(절대 기준이 아니라 교과서적 가이드). 같은 "HV 25%"라도 S&P 지수에서는 위험 신호, 단일 대형주에서는 평범한 숫자다.

그래서 실전에서 HV를 볼 때는 두 단계로 읽습니다. 먼저 "이 종목의 평년 레인지에서 지금 어디쯤인가" 를 본 뒤, 그 다음에야 "최근 한 달이 평년 대비 얼마나 위·아래로 벗어나 있는가" 를 봅니다. 이 시각은 곧 볼린저밴드의 "스퀴즈와 확장" 그리고 ATR 를 통한 손절폭 조정으로 이어지는데, 그 고리를 이해하려면 HV의 이 자기-비교 감각이 먼저 박혀 있어야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HV가 자기 자신의 시간 흐름으로 읽혀야 한다는 점은 위험 관리의 시각에서도 중요합니다. 분산투자의 기초에서 종목·자산군·지역 3차원 분산을 이야기할 때, 결국 그 분산이 잘 돌아가는지 점검하는 계량 지표가 포트폴리오 합산 HV와 종목별 HV의 비교입니다. HV가 비슷한 종목끼리 묶으면 분산 효과가 약하고, HV 성격이 다른 자산을 섞을수록 합산 변동성이 부드럽게 줄어듭니다.

5. HV의 사각지대 — "어제까지의 안경"

HV의 가장 큰 한계는 이름 그대로, 과거 데이터로만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연준의 깜짝 발언, 지정학 이벤트,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처럼 미래에 들어올 충격은 HV가 미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큰 사건이 터지고 며칠이 지나야 비로소 HV 곡선이 솟아오르며 "아 그때 변동성이 컸구나"를 사후적으로 보여줄 뿐입니다.

이 사각지대를 보완하려고 등장한 게 옵션 가격에서 역으로 추정하는 내재 변동성(IV)이고, 지수 옵션의 IV를 모아 만든 시장 공포지수가 우리가 자주 듣는 VIX입니다. HV가 백미러라면 IV는 헤드라이트라고 비유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둘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보다 어긋날 때가 더 많은 정보를 줍니다 — IV가 HV보다 한참 높다면 시장이 미래를 두려워한다는 뜻이고, 그 반대면 안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마무리 — 다음 정류장은 ATR

HV는 변동성을 수치로 옮기는 가장 보편적인 첫 번째 도구입니다. 그런데 차트 화면에서 매매 결정을 도와주려면 한 단계 더 가공된 형태가 필요합니다. "어제 캔들의 진폭이 평소보다 얼마나 컸는가" 를 직접 알려주는 ATR(Average True Range)이 그 자리에 있고, 다음 글에서 이걸 다룹니다. HV가 통계학 공식의 선물이라면, ATR은 캔들 차트의 선물 — 같은 변동성을 다른 언어로 번역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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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이란 — 가격의 흔들림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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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실레이터의 원리 — 0~100 사이의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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