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부 471조 달러 — 그 모양은 가파른 피라미드
UBS 「2025 글로벌 웰스 리포트」는 56개국, 세계 부의 92% 이상을 포괄해 전 세계 개인 부를 약 471조 달러로 집계합니다. 문제는 총액이 아니라 그 부가 어떤 모양으로 쌓여 있느냐예요. 순자산을 기준으로 성인을 줄 세우면, 위로 갈수록 사람은 적어지는데 부는 오히려 두꺼워지는 — 위아래가 뒤집힌 피라미드가 나타납니다.
층은 보통 넷으로 나눕니다. 1만 달러 미만, 1만~10만, 10만~100만, 그리고 100만 달러 이상. 아래 두 층에 세계 성인의 대부분이 몰려 있지만 이들이 쥔 부는 얇고, 꼭대기 한 층이 전체 부의 절반 가까이를 가져갑니다. 한국·미국 부자 보고서에서 본 '부 안의 부' 구조가, 세계 전체로 확대하면 더 극단적인 피라미드가 되는 셈이에요.
2. 꼭대기 1.6%가 절반을, 바닥 41%가 1%를
피라미드의 양 끝을 나란히 놓으면 격차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순자산 100만 달러를 넘는 성인은 전 세계에 약 6,000만 명, 성인 인구의 1.6%뿐이에요. 그런데 이들이 세계 부의 48.1%를 쥐고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순자산 1만 달러도 안 되는 성인이 약 15.5억 명, 전체의 41%나 되지만 이들이 나눠 가진 몫은 전체의 1%에도 못 미쳐요.
인구로는 1.6% 대 41%, 부로는 48.1% 대 1% 미만 — 거의 거울처럼 뒤집힌 관계입니다. 부의 진짜 모양을 보려면 '평균'이 아니라 이 분포를 봐야 한다는 점은, 같은 시리즈의 미국 부의 지형에서 본 평균-중앙값 갭과 정확히 같은 이야기예요.
3. 인구와 부의 뒤집힌 분포
층을 조금 넓혀 봐도 그림은 같습니다. 순자산 10만 달러를 넘는 상위 18.2%(약 6.8억 명)가 세계 부의 87.3%를 쥐고, 나머지 82%(약 31억 명)가 12.7%를 나눠 가져요. 다섯 명 중 한 명이 부의 열에 아홉을 가진 셈입니다. 인구 분포와 부 분포를 위아래로 포개 보면, 두 막대가 거의 정반대로 쏠려 있는 게 보입니다.
이런 부의 불평등은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공통의 구조예요. 부가 어떻게 쌓이고 또 위기 때 어떻게 재편되는지의 긴 흐름은 시장 사이클·역사와 함께 보면 한 맥락으로 잡히고, 자산이 어떻게 '가치'로 평가받는지의 기본기는 가치평가란에서 이어집니다.
4. 부는 지역에도 쏠려 있다
피라미드는 사람 사이뿐 아니라 지역 사이에도 그려집니다. UBS 기준 1인당 평균 순자산은 북미가 약 59만 3천 달러로 가장 높고, 오세아니아(약 49만 7천), 서유럽(약 28만 8천)이 그 뒤를 잇습니다. 같은 세계 안에서도 어느 대륙에 사느냐에 따라 출발선이 크게 다른 거예요.
다만 평균은 늘 위쪽 부자에게 끌려 올라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평균이 가장 높은 곳과 중앙값(가운데 사람의 살림)이 가장 두꺼운 곳은 다를 수 있어요 — UBS 기준 중앙값이 가장 높은 나라는 룩셈부르크(약 39만 5천 달러)로, 평균 1위인 북미와 다릅니다. 평균 한 숫자만 보면 '보통 사람'의 부를 놓치게 된다는 건 이 시리즈가 계속 짚는 주제입니다.
정리하면 세계 부 471조 달러는 가파른 피라미드입니다. 꼭대기 1.6%가 절반 가까이를, 바닥 41%가 1%도 안 되는 몫을 가지고, 그 위에 지역 간 격차까지 겹쳐 있어요. 다음 부의 지도에서는 이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 상위 1%의 안쪽을 더 자세히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