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가계 순자산 184조 달러 — 세계 최대 부의 저수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금순환표(Z.1)」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미국 가계(및 비영리기관)의 순자산은 약 184조 달러에 이릅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5경 원, 한국 1년 국내총생산의 100배가 훌쩍 넘는 규모예요. 이 거대한 부의 두 기둥은 주식과 부동산입니다. 직간접 보유 주식이 약 61조 달러, 부동산이 약 49조 달러로, 둘이 합쳐 전체의 60%에 육박해요.
주식 비중이 부동산보다 크다는 점이 한국과 다른 대목입니다. 한국 가계는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묻어 두지만, 미국 가계는 연금·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에 깊숙이 연결돼 있어요. 그래서 미국의 부는 증시가 오르면 함께 부풀고, 꺾이면 같이 줄어드는 성격이 강합니다. 자산을 어떻게 나눠 담는가의 원리는 가치평가란에서, 한국 부동산 쏠림과의 대비는 부동산 투자 개요에서 이어 보면 좋습니다.
2. 세계 백만장자의 40%, 억만장자도 최다 — 미국 일극
미국이 세계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인구 비중과 견주면 더 또렷합니다. 미국 인구는 세계의 약 4%인데, UBS 「2025 글로벌 웰스 리포트」 기준 전 세계 백만장자의 약 40%(약 2,400만 명)가 미국에 살아요. 순자산 1,000만 달러를 넘는 초고액 자산가도 미국이 90만 5천 명으로 전 세계의 38.7%를 차지해, 백만장자든 그 위든 미국 쏠림은 한결같습니다.
억만장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포브스 2026년 집계로 전 세계 억만장자는 3,428명, 이들의 순자산 합계는 20조 1천억 달러인데, 미국과 중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그중 1위는 미국이에요. 세계 부의 무게중심이 미국에 두껍게 쌓여 있다는 사실은, 같은 시리즈의 2025 대한민국 부자 보고서가 보여 준 국내 부자 지형과 나란히 놓고 보면 규모의 차이가 실감 납니다.
3. 거대한 부, 그러나 극단적 쏠림
미국의 부가 크다는 것과 골고루 나뉘어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Fed의 「분포금융계정(DFA)」 2025년 4분기 기준, 상위 1%가 미국 전체 순자산의 31.9%를 쥐고 있어요. 상위 10%로 넓혀 보면 66.9% — 미국 부의 3분의 2가 상위 10%에 몰려 있습니다. 반대로 하위 50%, 그러니까 미국 가구의 절반이 나눠 가진 몫은 전체의 2.5%에 불과해요.
이 구조는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 본 '부 안의 부'(초고자산가 소수가 금융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쥔 구조)와 똑같은 모양입니다. 세계 부의 1극인 미국조차 안쪽은 이렇게 가파른 피라미드예요. 이런 쏠림이 어떻게 쌓이고 또 가끔 무너지는지의 긴 흐름은 시장 사이클·역사와 이어 보면 한 맥락으로 잡힙니다.
4. 평균은 백만장자, 중앙값은 19만 달러
이 쏠림은 '평균'이라는 숫자를 어떻게 왜곡하는지로도 드러납니다. Fed의 「소비자금융조사(SCF)」 2022년 기준, 미국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106만 달러로 백만장자 수준이에요. 하지만 가구를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중앙값은 19만 2,700달러에 그칩니다. 평균이 중앙값의 5배가 넘는 거죠.
평균과 중앙값이 이렇게 벌어지는 건 위쪽의 소수 부자가 평균을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미국 가구 평균 자산이 100만 달러"라는 말은 사실이지만, 보통 미국 가정의 실제 살림을 보여 주는 건 중앙값 19만 달러 쪽이에요. 평균 한 숫자만 보면 부의 진짜 분포를 놓치게 됩니다. 부를 읽을 때 어떤 통계를 봐야 하는지의 감각은 이 시리즈가 계속 짚어 갈 주제예요.
정리하면 미국은 184조 달러라는 세계 최대의 부를 쌓아 올린 1극이지만, 그 안쪽은 상위 10%가 3분의 2를 쥐고 하위 절반이 2.5%만 나눠 가진 가파른 피라미드입니다. 거대한 부와 극단적 쏠림이 한 몸인 셈이죠. 다음 부의 지도에서는 이 부가 어떤 산업과 사람에게서 나왔는지를 이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