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M PMI 시리즈

ISM PMI 시리즈 · 머니스쿱 발표·이벤트

ISM PMI는 미국 공급관리협회가 전국 구매 담당자에게 지난달과 견줘 나아졌는지를 물어 지수 한 줄로 환산한 체감 경기 지표입니다. 통계 기관이 집계한 실적이 아니라 현장의 응답이라, 그달 경기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축에 듭니다. 설문지에 실리는 선택지는 셋뿐입니다. 나아졌다, 같다, 못하다. 제조업 지수는 매월 첫 영업일에, 서비스업 지수는 셋째 영업일 미국 동부시간 오전 10시에 나옵니다.

이 지표를 처음 보면 50이라는 숫자가 자꾸 걸립니다. 52면 좋고 48이면 나쁘다는 식으로 읽게 되는데, 절반쯤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설문지에는 지난달과 비교해 늘었는지 같은지 줄었는지만 묻습니다. 늘었다고 답한 비율에 같다고 답한 비율의 절반을 더하면 지수가 나오죠. 그러니까 50은 나아졌다는 응답과 나빠졌다는 응답이 팽팽하다는 뜻이지, 경기가 좋고 나쁨의 경계가 아닙니다. 48이 나왔다면 상황이 나쁘다기보다 지난달보다 못하다고 답한 쪽이 조금 더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이 차이가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순간이 있습니다. 지수가 45에서 48로 올라간 달을 보고 "여전히 50 아래라 침체"라고 읽으면 흐름을 놓칩니다. 수축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58에서 53으로 떨어졌다면 숫자는 여전히 확장 구간이지만 기세는 꺾인 것입니다. 수준보다 방향을, 방향보다 방향이 바뀌는 지점을 보라는 조언이 이 지표에서 특히 자주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수 하나만 나오는 게 아니라 다섯 갈래로 나뉜 하위 항목이 함께 붙습니다. 신규 주문, 생산, 고용, 공급자 운송시간, 재고. 이 중 시장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신규 주문입니다. 주문이 들어와야 생산이 돌고 그다음에 사람을 뽑으니, 다섯 중에서도 가장 앞자리에 서 있는 셈이죠. 종합 지수는 좋게 나왔는데 신규 주문만 떨어진 달은 다음 달을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고용 항목이 흔들리는 달이라면 매주 나오는 실업수당 청구에 그 낌새가 먼저 잡히곤 합니다.

공급자 운송시간은 해석이 거꾸로라 헷갈리는 항목입니다. 납품이 늦어질수록 이 지수가 올라가고, 그러면 종합 지수도 따라 올라갑니다. 주문이 밀려서 늦어지는 것이라면 호황의 신호가 맞습니다. 그런데 항만이 막히거나 부품이 없어서 늦어진 것이라면 같은 상승이 정반대 상황을 가리키죠. 팬데믹 직후처럼 공급망이 엉킨 시기에 이 항목이 종합 지수를 끌어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 지수만 보고 경기가 뜨겁다고 읽었다면 오판이었을 겁니다.

제조업 지수가 훨씬 유명하지만, 미국 경제에서 실제로 큰 몫을 차지하는 쪽은 서비스업입니다. 그래서 제조업 PMI가 몇 달째 50 아래에 있어도 서비스 PMI가 버티고 있으면 경기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 그림이 나옵니다. 실제로 두 지수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구간이 드물지 않고, 그럴 때는 서비스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읽는 편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다만 제조업이 먼저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방향 전환의 예고편으로는 여전히 쓸모가 있습니다.

설문 지표라는 성격에서 오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응답자들은 숫자를 세어 답하는 게 아니라 체감을 말합니다. 뉴스가 시끄러운 달에는 실제 주문이 그대로여도 심리가 먼저 얼어붙어 지수가 떨어질 수 있죠. 그래서 PMI가 꺾였다고 곧바로 성장률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고, 실제 생산과 소비 지표로 확인이 되어야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심리가 앞서 움직이고 실물이 뒤따르는 이 순서에 이름을 붙인 것이 선행·동행·후행 지표입니다.

발표 직후 시장이 크게 움직이는 것도 이 지표의 특징입니다. 월초 첫 영업일이라 그달 첫 번째 큰 재료인 데다, 숫자 하나로 요약돼 해석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지수가 예상보다 강하면 연준이 금리를 낮출 이유가 줄었다는 계산이 서고, 약하면 반대 방향의 베팅이 붙습니다. 다만 하위 항목에서 물가 관련 지수가 함께 튀는 달에는 해석이 엇갈립니다. 경기는 좋은데 원가 압력도 세다는 뜻이라, 생산자물가 쪽 신호와 겹쳐 읽어야 그림이 맞춰집니다.

한국에서 이 지표를 챙겨야 하는 이유는 조금 특별합니다. 미국 제조업 구매 담당자들이 주문을 늘리기 시작하면 그 주문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 공장으로 흘러들어옵니다. 미국 PMI의 신규 주문 항목이 몇 달 앞서 움직인 뒤 한국 수출 실적이 따라 붙는 흐름이 반복돼 온 것도 그래서입니다. 우리 수출 통계를 기다리는 대신 미국 쪽 설문을 먼저 열어보는 순서가 가능해집니다.

지수가 오래 50 아래에 머물렀던 시기를 되짚어 보면 이 지표의 쓸모가 분명해집니다. 2008년에는 주문과 생산이 동시에 무너지며 지수가 급락했고, 그 신호는 실제 생산 통계가 나오기 몇 달 전에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물론 50을 밑돌았다고 매번 침체가 온 것은 아닙니다. 제조업이 몇 분기 부진했지만 서비스와 고용이 버텨 경기 전체는 넘어가지 않은 구간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나의 지표만으로 침체를 선언할 수 없는 이유는 경기순환 4국면을 보면 분명해집니다.

이 지표의 힘은 질문이 단순하다는 데서 나옵니다. 복잡한 집계를 거치지 않으니 월초에 바로 나오고, 대신 응답자의 체감이 그대로 실려 거칠죠. 빠르지만 거칠다는 성질을 인정하고 쓰면 이만한 조기 신호가 없습니다. 이 지표를 다른 숫자들과 나란히 세워 보고 싶어질 때쯤 거시경제 편이 쓸모 있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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